신세계가 정용진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상속 및 증여세로 단계적으로 총 1조원가량의 세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구학서(사진) 신세계 사장은 12일 중국 상하이 이마트 산린(三林)점 개점식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오너(정 부사장의 모친 이명희 회장과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 소유의 주식을 정 부사장에게 떳떳하게 상속ㆍ증여하고, 이 과정에서 ‘깜짝 놀랄만한 수준’의 세금을 낼 것”이라며 “증여세와 상속세를 합하면 1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재벌가는 고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 유족으로 2004년 1,355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신고했다. 신세계측이 내겠다고 한 증여 및 상속세는 이 금액의 7배가 넘는 규모로 경영권 승계를 추진중인 다른 재벌들에게 커다란 파급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 사장은 “투명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회장 부부의 지분 가운데 3분의 2는 사전 증여해 정당하게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 3분의 1은 사후 상속해 경영권을 넘겨줄 방침”이라며 “이르면 올 가을부터 증여를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증여세 등의 납부규모가 워낙 큰 점을 감안, 일부는 현금으로 내되, 나머지는 주식 등 현물로 납부키로 했다.
현재 신세계의 시가총액은 8조원대로, 이 회장이 15.33%, 정 명예회장이 7.82%, 정 부사장이 4.86% 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구 사장은 “신세계 시가총액 중 이 회장 부부 지분만 2조원대에 달하고, 이에 따른 증여ㆍ상속세(누적 합산 세율 50%)가 1조원은 넘는다”며 “윤리경영이 신세계의 정신 기반인 만큼 재벌이 편법으로 상속하고 세금을 잘 안 낸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같은 투명납세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최근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 대해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며 이미 회사에 부과된 세금을 다 납부했다”면서 “요즘 세무조사는 정기 조사라도 (대주주) 주식 이동 등도 살펴보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1998년 정 부사장이 광주신세계 주식을 취득한 것과 관련, 참여연대가 편법 승계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그는 “외환위기를 맞아 부채비율을 200%로 맞추기 위해 대주주로서 지분 투자에 참여한 것”이라며 “현재 광주신세계 주가가 30배로 오른 것을 근거로 편법 승계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상하이=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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