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인 김경희(58) 건국대 이사장이 14일 개교 60주년을 맞아 교직원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 자신이 그린 학교 풍경화를 라벨로 부착한 포도주를 건국대와 부속병원은 물론 건국유업 건국햄 직원 등 5,000여명에게 선물한 것.
김 이사장의 그림은 건국대 동문들의 자랑인 서울캠퍼스 내 호수인 일감호(一鑑湖)에서 학생들이 보트를 타며 캠퍼스의 봄을 완상하는 모습을 생기 넘치는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신록이 우거진 5월의 캠퍼스에서 스케치했다는 김 이사장은 “학교 풍경이 담긴 포도주로 그간 학교 발전을 위해 애써온 교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와인 마니아 중에는 와인 라벨 자체를 예술품으로 수집하는 이도 많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와인 붐과 함께 명화로 라벨을 장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외에서 9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200여회에 이르는 그룹전에 참가하는 등 화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김 이사장은 2001년 이사장 취임 후에도 틈날 때마다 시간을 쪼개 그림을 그려왔다. 특히 주말에는 웬만한 약속은 잡지 않고 작업실에서 창작활동에 시간을 보낸다.
그의 미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이미 건국대 캠퍼스 곳곳에 배어있다. 건국대가 디자인문화대를 예술문화대로 개칭한 것이나, 광진구와 함께 캠퍼스 주변 능동로 일대를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도 모두 김 이사장 취임 이후 일어난 변화다.
지난해 8월 970병상 규모의 최신 시설로 신축 개원한 건국대병원에는 김 이사장이 직접 고른 그림 100여점이 걸려 있다. 이 병원의 간호사 유니폼도 김 이사장이 직접 디자인했다.
일반적인 흰색의 병원복 유니폼 대신 분홍색과 하늘색 등 산뜻하면서도 깨끗한 색상을 골랐고, 평화시장 등을 돌아보고 옷감을 사들여 직접 샘플 제작까지 했다.
김 이사장은 한양대 건축학과 재학 당시부터 미술 마니아였다. 졸업 후 건국대 설립자인 고 유석창 박사의 맏며느리가 된 뒤에도 그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남편 유일윤 전 건국대 이사장이 1978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82년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본격적으로 서양화 공부를 시작했다.
귀국 후에는 94년 재단 이사로 선임되기 전까지 건국대 생활문화대 등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학교 일을 맡으면서 그림 그릴 시간이 부족해 안타깝다”는 그의 재능을 쏙 빼닮은 둘째 딸도 현재 화가로 활동 중이다.
김 이사장은 15일 오전 11시 교내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개교기념식에서 180여명으로 구성된 범건국합창단에도 단원으로 참여해 ‘건국찬가’ 등을 부를 예정이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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