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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 연구 조작 '중국판 황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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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 연구 조작 '중국판 황우석'

입력
2006.05.1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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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황우석 사건’이 중국 과학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상하이(上海) 자오퉁(交通)대학은 컴퓨터칩 기술 분야에서 연구성과를 조작한 이 대학 미전자학원 원장 천진(陣進ㆍ38) 교수를 해임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천 교수가 개발한 고속무선통신칩 ‘한신(漢芯)’이 조작된 연구결과에 따른 허구로 판명됐다.

2003년 휴대폰 등 모바일과 전자기기에 이용되는 고속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인 이 칩이 개발되자 중국 지도부까지 나서 천 교수를 ‘기술독립’의 일등공신으로 추겨세웠다. 천 교수는 2003년 외국업체들만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DSP를 독자 개발했다고 발표한 뒤 이를 ‘한신 1’로 명명했고, 업그레이드된 ‘한신 2~4’를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이 칩에는 천 교수의 주장대로 지문인식이나 MP3 작동 기능이 없었고, 천 교수 자신은 원천기술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작 제기는 내부고발자에 의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한 인사가 인터넷에 연구조작 사실을 올렸고, 이어 자오퉁대와 관련기관들의 합동조사가 진행됐다.

중국 통지(同濟)대학을 졸업한 뒤 미 댈러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천 교수는 IBM, 모토롤라 등에서 근무하다 2001년 자오퉁대에 스카우트돼 관련 학과를 창설하는 등 촉망받는 첨단과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30대에 모든 것을 얻고,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사건의 후유증은 상당할 듯하다. 천 교수의 연구결과 발표 당시 중국 당국은 검증을 마쳤다는 입장을 밝혔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그의 연구실을 방문하기까지 했다. 중국 교육부는 그에게 ‘창장(長江) 교수’라는 직함까지 주고 국가급 석좌교수직을 부여했다. 중국 당국은 그의 교수직 박탈은 물론 연구비 회수, 평생 정부지원 연구 참여 불허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언론에서는 그의 사법처리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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