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교육제도가 생긴 이래 누구나 평생 한 번은 관계 맺게 되는 전문직업인이 교육자다. 그래서 교육자에 대해서라면 누구하고라도 공통화제로 삼을 수 있다. 자기가 만난 교육자 중 참 교육자를 우리는 스승이라 부른다. 그런데 스승을 기리는 얘기를 듣기 힘들다. 가만히 보면 학교 선생님에 대한 환멸스런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화려한 영예도 높은 보수와 개인적 발전도 등지고, 오직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일을 우선으로 살아온 교육자들로서는 허망하고 비감스런 일일 것이다. 교육자의 윤리와 교양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는 거의 ‘이상의 현실화’라고 할 만큼 높다. 그러니만큼 조금만 잘못된 모습을 보아도 우리의 충격과 환멸감이 큰 것이다.
중학교 2학년 국사수업 중에 선생님이 “누구, 자 좀 빌려줘” 하셨다. 선생님이 ‘누구’를 찾으려 교실을 둘러본 시간이 1분이나 됐을까? ‘왜 아무도 꿈쩍 않는 거야?’ 참다못해 자를 꺼내 들었는데, 왠지 어색함을 또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그 자를 교탁 쪽으로 던졌다. 순간 교실이 정적에 싸였다. 선생님은 황망한 표정이었을 나를 잠시 노려보셨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이해심 깊은 스승이셨다.
시인 황인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