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 세리에 A가 심판 매수부터 승부 조작에 이르는 광범위한 비리를 저질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검찰은 14일 “2004~2005년 시즌 가운데 20개 경기에 대한 부정 혐의를 조사중”이라며 “축구선수와 단장, 심판 등 총 41명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유벤투스 라치오 플로렌티나 밀라노 등 유명 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나폴리와 로마 검찰은 “루치아노 모지 유벤투스 단장의 아들 알레산드로가 운영하는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GEA 월드’ 역시 선수들에게 ‘협박과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르마 검찰도 “도박과 연루된 프로축구 경기조작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세리에 A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스캔들의 핵심은 토리노 검찰이 지난 주 공개한 유벤투스 모지 단장의 휴대전화 통화 녹취록. 이에 따르면 모지 단장은 심판협회 임원에게 최고급 스포츠카 마세라티를 제공하는 등 뇌물과 협박 등을 섞어가며 주심 배정을 유리하게 만들어왔다. 그는 심판협회 고위 간부에게 “(유벤투스에 불리한) 독일 심판을 주심으로 배정하다니 섭섭하다”며 “다음에는 좋은 주심을 부탁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협회 간부는 다음 경기 주심에게 협박에 가까울 정도로 유벤투스에게 유리한 판정을 주문했다. 심지어 2004년 11월 유벤투스가 한 경기에서 패하자 모지 단장과 안토니오 기라우드 사장이 주심을 직접 탈의실에 감금한 뒤 위협하기도 했다.
이번 스캔들이 독일 월드컵에 영향을 미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축구연맹은 월드컵 출전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마시모 드 산티스 심판 자격을 박탈했다. 13일에는 심판 배정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유벤투스 이사회 맴버가 전원 사임했고 프랑코 크라로 이탈리아 축구연맹 회장도 물러났다.
세리에 A 최다 우승팀(29회)인 유벤투스는 14일(현지시간) 약체 레지나와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쿠데토(우승 트로피와 문장)’를 안게 된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심판 매수 등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2부 리그인 세리에 B로 강제 강등될 가능성도 높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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