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게임은 끝났다. 이제는 주전 경쟁이다’.
무한경쟁을 뚫고 독일행 아드보카트호에 최종 승선한 23명의 태극전사들이 14일 낮 12시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월드컵 그라운드에 나설 베스트 11 자리를 놓고 ‘경쟁 2라운드’에 돌입한다. 최종 엔트리에 들었다고 해서 모두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 때도 23명의 최종 엔트리 중 5명은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번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머리 속에 이미 베스트 11의 윤곽이 그려져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남은 1개월 동안 경쟁 구도의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는 포지션 별로 2명씩을 배치하는 형태로 구성돼 주전 자리를 놓고 펼치는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소집훈련 동안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조직력을 가다듬은 뒤 23일과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를 2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베스트 11의 윤곽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세네갈전은 토고, 그리고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는 스위스전을 가상한 스파링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포지션은 좌우 윙포워드. 박주영(21ㆍ서울), 이천수(25ㆍ울산), 정경호(26ㆍ광주) 등 지난 동계 훈련 동안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실력을 검증 받은 국내파에다 잉글랜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설기현(27ㆍ울버햄턴)이 가세, 주전 자리를 놓고 불꽃 튀는 경합을 벌인다. 박주영은 동물적인 득점 감각, 정경호는 번개 같은 돌파력, 이천수는 킥력과 스피드, 설기현은 유럽 축구를 상대로 한 풍부한 경험이 강점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 자리를 놓고 벌일 ‘신구 진공청소기 맞대결’도 주목된다. ‘원조 진공청소기’ 김남일(29ㆍ수원)에 ‘신형 진공청소기’ 이호(22ㆍ울산)가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현재로서는 김남일이 한 발 앞서 있는 상황이지만 이호에 대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뢰가 매우 두터움을 감안할 때 누가 주전 자리를 꿰찰 지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오른쪽 윙백 주전 경쟁도 흥미롭다. ‘아드보카트의 황태자’ 조원희(23)와 독일월드컵에서 재기를 노리는 송종국(27ㆍ이상 수원)이 벌일 경쟁도 쉽사리 승자를 점치기 어렵다. 송종국은 현재 부상 후유증으로 전성기 때의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3주 후면 완전한 몸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며 재기의 칼을 벼르고 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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