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아이 안 낳게 하는 사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아이 안 낳게 하는 사회

입력
2006.05.13 00:00
0 0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08로 세계최저라는 통계청 발표 뒤 온 나라가 도무지 쇼크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러 해 전부터 예견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와 언론, 전문가들마다 마치 불에 덴 듯 국가적 위기상황을 새삼 경고하면서 온갖 출산장려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것들은 대체로 출산 및 육아와 직접 관련한 경제적 지원과 배려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이 사회경제적 여건의 미비 때문이라는 ‘상투적’ 진단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말 이런 여건이 나아지면 아이를 더 많이 갖게 될까?

▦여러 통계나 사례는 이런 견해가 별로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됨을 보여준다. 미국 PRB(인구조회국)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경제수준과 출산율은 도리어 반비례 관계에 가깝다.

우리만 해도 1960년대 6명 정도였던 여성 일인당 출산이 경제성장이 가속화하는 70년대에는 4명, 80년대에는 2명 등으로 급속히 하락했다. 지금도 육아여건이 나은 대도시, 고학력, 중산층 여성의 출산율이 현저히 낮다. 인구감소가 멸망의 한 원인이 됐던 로마의 경우 아우구스투스에서 5현제(賢帝)에 이르는 팍스 로마나 때부터 아이를 낳지 않는 풍조가 확산됐다.

▦결국 출산율 감소에는 경제적 여건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게 된다. 실제로 강력한 경제적 장려책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미국과 프랑스의 출산율 상승치도 미미할 뿐더러, 미국은 이민자들의 덕을 크게 보고 있는 특별한 경우다.

이런 점에서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지적은 경청할 만 하다. 그는 “경쟁적 자본주의가 최고의 피임약”이라는 미 사회학자 와텐버그의 말을 빌리면서 특히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에서는 ‘미래에 대한 비관’이 출산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급격한 사회변혁에 따른 혼돈과 불안이 원인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게 보면 유례없는 압축성장과정을 밟아온 우리에게 유례없는 출산율 저하 현상은 당연하다. 게다가 IMF사태 같은 황당한 추락까지도 경험한 바다.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회에서 제 한 몸 가누기에도 버거운 이들에게 자녀의 먼 장래에 대한 확신까지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역시 세계수준에 달한 이혼율, 자신 외엔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기적 인식 등 어설프게 형성된 개인주의적 가치관도 이 같은 불안정한 삶의 결과이자 저출산의 원인이다. 당장의 금전적 지원 이상으로 사회·정서적 신뢰와 안정감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