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에너지 국유화에 따른 보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 볼리비아에 투자해 온 브라질 및 서방 국가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어 토지에 대한 강제 수용을 계획 중이라고 밝혀 자원 국유화가 에너지에 그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12~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연합(EU)_중ㆍ남미 국가 정상회담 개막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외국 기업은 불법 계약으로 볼리비아 에너지를 착취해갔을 뿐 아니라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면서 "이미 투자 금액 이상을 회수해간 이상 보상은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1일 그는 자원 국유화 포고령을 통해 지난해 기준 하루 1억 입방 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한 26개 외국 다국적 회사들은 생산 지분의 18%만 보유하고 나머지 82%는 볼리비아국영에너지사(YPFB)에 넘기도록 했으며 YPFB와 6개월 안에 새 계약을 맺지 않는 기업은 볼리비아를 떠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 날 "새 계약에 따르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서한을 공개했다.
하지만 영국(BP, BG), 스페인(렙솔) 프랑스(토탈) 등은 볼리비아 에너지 사업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에 대해 "로열티를 18%에서 82%로 인상한다"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선언에 경악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한술 더 떠 "토지를 수용해 재분배한다"는 두 번째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볼리비아에는 영토를 방치하고 있는 브라질 지주들이 많다"며 "(자원 혁명의) 다음 단계는 토지를 수용해 가난한 볼리비아 국민에게 분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면 볼리비아 정부가 재분배 하려는 땅은 남한 면적의 1.5배인 14만㎢ 로 브라질 국경과 인접한 동부 지역 저지대 산타 크루즈 지방에 위치해 있다. 이들 토지는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지역 토호들에게 무상으로 나눠 준 땅이다.
볼리비아 정부의 에너지 및 토지 수용 발표에 따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질과의 갈등은 전에 없이 깊어졌다. 볼리비아 내 최대 에너지 개발 기업인 브라질 국영 페트로브라스는 "볼리비아 법을 어기지 않았다"며 "모랄레스 대통령의 발표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페트로브라스는 1990년대 에너지 민영화 발표 이후 15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볼리비아에 투자, 천연가스의 45%를 개발해왔다.
반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는 더욱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차베스 대통령은 앞서 광물자원국유화법과 '비션자모라'로 불리는 토지개혁 등을 시행해 농민, 서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셈이다. 볼리비아 안드레 솔리즈 볼리비아 에너지 장관이 12일 "볼리비아는 18일께 베네수엘라 국영 에너지 기업 PDVSA에 천연가스 개발, 가공, 판매 등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야당 일각에서는 "볼리비아에 대한 차베스 대통령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국제적 고립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7월 제헌의회 소집을 위한 조기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속을 노리는 모랄레스는 이 같은 움직임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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