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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영악하든지 무심하든지

입력
2006.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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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선거보도의 전형적인 패턴은 경마식, 전략 보도가 주조였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또 언론 스스로도 이런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곤 했다. 정책선거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정책을 따지는 논쟁과 기사들은 찾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다.

지금과는 딴판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도 분명했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부터가 정책이나 공약쯤은 구색용 정도로 생각하는 풍조가 대부분이었다. 조직과 자금 동원이 절대적이고, 적절한 비방과 흑색선전 등의 전략적 효과로 당선되고 본다는 생각이 판을 쳤다. 그러니 정책을 다루고 싶어도 다룰 만큼 수준을 갖춘 정책 자체가 빈곤했다.

유권자가 주인인 선거에서 생활현장과 삶의 질을 따지면서 정책을 말하지 않고는 안 된다. 그러나 현대 선거전에서 정책이 구체화할수록 후보들 간 이념적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경쟁후보와 정당 사이에도 고유의 정책특징이 엷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보다 많은 유권자를 고루 끌어들이려고 만족도를 높이는 정책을 펴려다 보면 결국 서로를 닮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 선거 후보들 너도나도‘좋은 정책’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책의 압력이 더 커진 것은 진전이다. 시민단체와 유권자들이 정책과 공약 검증을 위한 과학적 장치들을 나름대로 개발해 놓고 이를 기준으로 후보들을 들여다보고 파헤친다. 서울시장 선거만 해도 그렇다. 몇 차례의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주고받는 정책경쟁은 유권자에게 각기 평가의 자료와 기준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다.

욕이나 비방 등 네거티브 선거전이 줄어든 것도 사실 평가해 줄 부분이다. 네거티브전략이 거칠게 시도되긴 했지만 적어도 그 효과가 먹히는 조짐은 없다.

그렇다고 정책이 선거의 모든 것이냐 하면 그럴 리는 없다. 공허한 이념이나 무한정의 정치공방은 버려야 하지만 실용적 공약만이 선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네거티브를 동원할 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후보가 정책과 실용만을 말할 때 역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럴 만한 시대와 풍조에 따라 선거의 흐름이 나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에 바로 이 흐름이 담겨 있다. 정치와 선거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이미지즘 논란을 부르면서 강금실 오세훈 두 후보를 내세운 것은 어느 쪽이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모두 소속 당의 이미지를 대변하지 않는다. 원래부터가 그렇고, 어떻게 해서든 본인들도 당과는 일정 거리를 두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경쟁력은 당의 고정적 이미지와 다른 데에 있다. 당과의 불일치를 마다하지 않는 정당후보를 내놓고 정당들이 싸우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위장전략, 기만전략과 다르지 않다. 무엇을 위장하는 것일까.

‘정치 줄이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 펴는 정치가 영 탐탁치 않으니 그건 피해달라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있고, 이 세태가 반영된 결과가 두 후보라고 할 수 있다. 이 당이든 저 당이든 지금까지의 당들로는 나의 지지를 줄 수 없으니 뭔가 다른 것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요구를 탄 게 두 후보이다. 정치불신의 산물이랄 수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가 정치에 무심한 건 결코 아니다.

● 당과 이미지 다른 후보로 위장전략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얼마 전 지방선거에 대해 “각 정당들이 비 사회경제적 이슈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슈들을 배치하고 있다”며 정당들의 의도적 정치회피를 꼬집었다. 정당과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향해 기회주의적 아첨으로 표를 끌어내려는 것을 좋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런 풍조와 요구의 뒤편에 영악한 유권자가 있음을 부인할 수도 없다.

기존 정당에서 만족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형편을 정당과 유권자 서로가 알고 있는 것이다. 선거가 보다 정직하고 정상화하려면 정당들이 환골탈태하고 변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권자와 유리된 정당은 존재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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