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의 게임쇼인 E3가 열리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컨벤션센터의 사우쓰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한국 업체들이 모여있는 이 사우쓰홀에는 영화쇼인지 게임쇼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종 영화 전시물들로 가득차 있다.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심지어 영화 감독이 게임 감독으로 나서기도 한다. 게임산업과 영화산업이 하나로 융합되는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게임업체 블리자드는 게임을 통한 영화산업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워크래프트로 국내에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블리자드는 E3에서 인기 온라인게임‘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영화화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WOW는 블리자드의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워크래프트’의 세계관 및 종족 등을 기반으로 제작된 다중역할분담형게임(MMORPG)이다. 영화 제작은‘배트맨 비긴스’와 ‘슈퍼맨 리턴즈’ 등을 제작한 레전드리 픽쳐스가 맡았다. 블리자드 측은 “이 영화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 기존 블랙버스터급 이상의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타이틀의 영화와 게임을 동시에 시장에 내놓는 것도 뚜렷한 특징이다. 월트 디즈니사 소속 게임업체인 부에나 비스타 게임즈는 모회사의 풍부한 영화, 드라마에 기반한 게임들을 선보였다. 7월 개봉되는‘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에 기반한 동명의 게임은 영화 개봉과 거의 비슷한 시기인 6월에 정식 배포된다.
이 게임은 영화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저주에서 벗어나려는 해적 잭 스패로우의 모험을 담았다. 또 현재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는 외화 시리즈‘위기의 주부들’역시 게임으로 만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위스테리아가에 새로 이사온 주부가 되어 가정을 꾸려 나가면서 다양한 미스터리들을 해결해 나가는 라이프스타일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가브리엘, 에디 등 실제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집과 대사들을 게임에 그대로 재현했다.
과거 인기 영화의 후속편이 게임 형태로 출시되기도 한다.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늙거나 죽는 일 없이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루카스아츠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차세대 콘솔게임으로 만들어 내년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루카스아츠의 프로젝트 책임자 크리스 윌리암스는“차세대 게임기술로 게임을 하는 동안 영화와 똑 같은 현실적인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액티비젼에서는 007에 출연했던 숀 코너리를, 비벤디 게임즈에서는 1983년에 개봉된 스카페이스의 젊은 알 파치노를 각각 게임 속에서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영웅본색으로 유명한 오우삼(영어이름 존 우) 감독은 아예 게임감독으로 나섰다. 오 감독은 영웅본색과 주인공 주윤발을 테마로 한 게임‘스트랭글홀드’(Stranglehold) 제작에 직접 나섰다. 그는 E3 2006 공식 소식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내 영화의 액션 스타일을 모방한 게임들이 흡족하지 못해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며 “많은 감독들이 영화와 게임을 동시에 제작해 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스토리나 그래픽 수준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사실상 영화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면서 “게임업체들이 게임뿐 아니라 영화로도 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노력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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