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4개월 여 만에 끝났다. 검찰의 최종발표에 따르면 황 전 교수는 논문조작을 지휘하고, 의도적으로 연구성과를 과장해 연구비를 타내고, 그 연구비를 횡령하고, 연구용 난자를 사들이는 등의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
다만 그런 행동의 기초가 된 줄기세포는 김선종 연구원이 단독으로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관계자들도 크고 작은 불법행위에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실망하고 낙담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일련의 실상에 거듭 분노와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마지막까지 연구팀의 기술적 능력에 대한 기대만은 놓고 싶지 않았을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면 커다란 안타까움을 갖게 된다.
물론 검찰 수사는 논문조작 관련 범죄 행위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과학적 진위나 평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과학적 조사는 올해 1월과 이 달 초 서울대의 발표로 완전히 결론이 내려진 상태였다.
단지 검찰 발표를 통해 인간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자와는 거리가 먼 황 전 교수의 모습만큼은 분명하게 확인됐다. 연구의 핵심인 줄기세포 배양을 김 연구원 등에게 맡긴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연구 기획ㆍ조직자로서 마땅히 가졌어야 할 최소한의 진위 확인 능력조차 없었음이 드러났다.
그러니 기술적 난점을 극복한다는 과학적 의미보다 실용적 가치에 관심이 기울었고, 그것이 거리낌 없는 자료 조작과 성과 과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연구자의 그런 그릇된 인식이 다름아닌 한국사회의 조급증과 성과주의 문화의 토양에서 자라난 것 또한 자명하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국내 과학기술의 기초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긴 눈으로 기초연구의 터를 다져 놓으면 줄기세포를 비롯한 성과는 저절로 태어난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잡고 넋을 놓고 서 있을 게 아니라 튼튼한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삽을 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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