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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출산 대책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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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출산 대책의 딜레마

입력
2006.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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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의 합계 출산율 1.08.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해 출생통계의 잠정 결과이다. 이 사실은 우리나라가 종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다시 인구위기를 맞이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도 지난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ㆍ고령화위원회를 출범시켜 범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2010년까지 5년간 19조 3,000억원을 투입하여 합계출산율을 1.6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여성의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가족친화적이고, 양성평등적인 사회문화적 여건의 조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저출산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에서 제시하는 일련의 대책은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한다. 이에 반해 이 대책들이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데 과연 유효하고도 적절한 정책수단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어떤 정책이든 추구하는 목적의 달성은 동원되는 정책수단이 그 정책의 목표인구와 합치될 경우 유효하며 정책의 효과도 커지게 된다. 이 점을 감안하면 현재 정부 차원에서 시도하는 자녀양육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보육서비스의 확충 등이 과연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데 유효한 정책수단이 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자녀양육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나 보육서비스의 확충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정책수단은 저출산에 대처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적절한 정책수단이 되지는 않는다. 사회복지의 잠재적인 수혜대상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의 목표인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낮은 출산율은 지나치게 높아진 여성의 만혼 경향과 독신인구비율의 증가, 무자녀부부의 비율증가, 그리고 개별가족의 소자녀 출산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결혼 및 자녀출산과 관련된 이러한 행태의 변화는 1981년 대학 졸업정원제가 실시된 이후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인구의 급격한 신장과 취업여성인구의 증가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복지정책의 잠재적인 최우선 수혜자는 저소득층인구가 되는데 반해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의 목표인구는 주로 교육수준이 높은 중간계층의 여성이 된다. 저소득층 인구는 교육수준이 높은 중간계층의 여성들에 비해 출산수준이 높다.

그러나 자녀양육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나 보육서비스는 시행과정에서 성격상 저소득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요행히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으로 성과를 거둔다 해도 그것은 저소득층 인구의 빈곤의 재생산에 기여할 뿐, 전체 사회의 수준에서는 인구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역기능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 감소는 우리사회를 지탱해 오던 전통적인 가족중심적인 가치관의 급격한 퇴조와 양성평등적인 사회ㆍ문화적 추세를 함께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저출산대책은 무리하게 예산을 투입하여 조급하게 성과를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변화된 상황에 적합한 출산 및 가족친화적인 가치관을 정립하여 확산시키고, 제도를 개선하는데 역점을 두는 것이 오히려 더 빨리 목표에 접근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무리한 예산의 확보는 자칫하면 문제의 본질을 오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순 동아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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