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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서 리얼리즘 연기가 뭔지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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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서 리얼리즘 연기가 뭔지 보여주마!

입력
2006.05.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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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다시, 배우들의 진실한 연기다. 가상 현실이다, 멀티미디어다 해서 인간의 분투가 망각돼 가는 지금, 신생 극단 애플씨어터는 이 시대의 인습과 편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회상 ’과 ‘결혼 전야’.

갓 태어났지만, 이들은 세상을 직시할 줄 안다. 6년의 세월을 견뎌낸 자들의 자신감이다. 2000년 밀양연극제에 초청돼 일반에 낯을 익힌 뒤, 월요 무료공연과 워크숍 공연이라는 형식으로 서서히 발효ㆍ숙성돼 왔다. 이제 공식 정규공연 간판이 관객들을 반긴다.

‘결혼전야’는 경기 송탄시 미군부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 가는 세 여인의 일상을 포착한다. 내일 그 중 한 사람의 결혼식을 앞두고 이들이 손님이 오기 전의 클럽을 청소하며 그려내는 풍경이다. 송별식을 겸한 작은 축하 파티에서 나누는 대화는 극히 평범하다. 마치 임의의 일상을 면도칼로 잘라, 그 단면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회상’은 1988년에서 1993년 사이의 세월로 돌아가, 우리가 잊고 사는, 또는 잊고 싶어 하는 꼬질꼬질한 풍경을 세묘한다. 지방 항구 도시의 신방, 역 대합실, 구두 미화소, 경찰서, 공단 자취방, 면회실 등으로 기억의 장소가 자주 바뀌면서 사실적인 대사에 설명적인 독백이 틈입하며 과거의 시간을 정밀히 재현한다.

그 극적 정교함을 극단측은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ㆍ극사실주의)이라 이름한다. ‘내가 실제 극중 인물 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부단히 던져, 무대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의 스타니슬라브 연기법을 몸으로 익힌 애플씨어터의 배우들이 펼쳐 보일 연기술이다.

극단 애플씨어터의 탄생은 이전 여러 공연 작품으로 이미 예고됐던 바다. 인기 만화를 진지한 연극으로 재현해 화제를 모았던 ‘유리 가면’을 비롯해 모두 4편의 ‘유리 가면 에피소드’ 시리즈까지, 이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연극적 의미를 모색해 왔다. 또 체홉 서거 100주년이던 2004년에는 그를 기념, ‘4대 장막전’(‘벚꽃동산’, ‘바냐 아저씨’, ‘갈매기’, ‘세 자매’)을 공연하기도 했다.

이번 두 작품의 원작자이기도 한 대표 전훈 씨는 “차범석의 ‘산불’ 이후 끊긴 우리 리얼리즘의 전통을 살려내겠다”며 “ 연출가도 극작가도 아닌, 배우의 진실한 연기가 연극의 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기존의 인켈 아트홀을 3년 동안 임대한 그는 ‘유리 가면’, ‘월미도 살인 사건’ 등 대표작을 상설 레파토리화할 계획이다. 1992년 모스크바의 셰프킨 연극대학에 들어가 4년간 수학한 러시아 유학파 1호이기도 하다.

오랜 준비 끝의 빛나는 출발인 이번 무대는 ‘결혼 전야’는 50분, 중간 휴식 10분, ‘회상’은 1시간 10분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2시간 10분을 투자한 대가로 극사실주의의 렌즈에 투영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 볼 수 있다. 손강국ㆍ황원상 각각 연출, 손현정 최지은 강력 등 출연. 17일~7월 2일 애플전용관. 화~금 오후 7시30분, 토 4시30분 7시30분, 일 3시 6시. (02)742-7753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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