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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모니터를 치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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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모니터를 치워보세요

입력
2006.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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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클릭클릭. 깜박깜박. 우리의 하루 일상이 이러한 단어들로 채워져 버린 것같다. 출근을 하면 스위치를 누르고 인터넷을 켜서 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메일을 확인하고 나면 밤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으면서 포탈사이트의 뉴스 홈페이지를 연다.

그리고 굵은 글씨의 중요하다는 뉴스를 클릭해서 읽어본다. 그 뉴스를 읽는 도중에 잠깐 모니터의 옆 부분을 보면 여러 가십 거리들이 나의 마우스를 끌어당긴다.

● 출근해서 퇴근까지 클릭클릭

이제 슬슬 하루의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여러 서류들과 자료들을 읽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간의 집중력은 20분 정도라고 누가 그랬던가. 조금 지나면 불현듯 궁금해지는 것들이 생긴다.

또다시 모니터를 보기 시작한다. 잠시 후 다시 서류와 자료들에 돌아오지만, 이미 집중력은 떨어진 상태다. 퇴근할 때 즈음에는 내가 오늘 하루 무슨 일을 했는지 명확히 알 수가 없고, 허무한 피곤함만을 느낀다.

나는 이 모든 죄가 모니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모니터가 내 앞에 있기 때문에 자꾸 모니터 안의 세계로 가려고 한 것이다. 모니터 안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흥미로운 것들이 잔뜩 있는 세계이다.

그리고 모니터 밖의 세계, 즉 나의 오래된 책상의 세계는 단조롭고 딱딱한 것들만 있는 세계이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를 좀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이로 만들어 주는 것은 그 단조롭고 딱딱한 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고민이 시작되었다.

원래 고민을 짧게 하는 체질인지라, 나는 곧 모니터를 책상에서 분리시켰다. 모니터가 사라진 첫 날, 엄청난 금단현상이 일어났다. 도대체 업무라는 것이 모니터 없이 가능할지 조차 의문이 들었다.

모니터가 놓여져 있는 옆 공간에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하지만 결심한 것이 있기에 일단 이젠 휑하니 빈 책상에 읽어야 할 서류들과 논문들을 펼쳤다. 그리고 볼펜을 들고 이 자료들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며칠 후 나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냉정해지고 무언가를 생산하고 창조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 금단현상 이겨내니 생활의 재발견

이제 나의 하루 일과는 모니터 안의 글자들이 아닌 책상 위에 놓여진 하얀 종이와 검은 잉크로 인쇄된 글자들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읽고 생각하고 쓴다. 그 와중에 나에게 찾아오는 잡념들, 궁금증들은 모두 옆에 놓인 작은 수첩에 메모를 한다. 퇴근 2시간 전 바야흐로 모니터에 다가간다.

그리고 모니터 안의 세계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아서 1~2시간 이내에 처리한다. 메일 체크와 답장, 정말로 필요한 정보들 검색, 종이 위에 정리해놓은 아이디어들을 워드파일로 작성하는 것, 이 모두를 모아서 처리하는 데 그토록 짧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나도 놀라고 있다. 무언가 모르게 하루가 더 이상 허무하지 않은 느낌을 들게 한다. 내 안에서의 작은 혁명. 생활의 재발견이다.

최항섭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디지털미래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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