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1시반 박주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강북 강변로를 달리고 있었다. 새벽 4시30분 기상 후 서울 일원동 자택 인근의 대모산에 오르고 동네 목욕탕에서 30분간 반신욕을 한 뒤 6시30분부터 KBS 아침뉴스 출연, 국군방송 및 인터넷 매체 인터뷰 등 오전 일정을 마친 직후다.
그는 다이너스티 승용차에 동승한 기자에게 “난 아직도 언론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며 오세훈, 강금실 후보만 집중 부각하는 언론의 보도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또 “선거는 일종의 인사청문회다. 살아온 과정을 검증하는 인물 매니페스토 운동을 벌여야 옳다”며 정책선거의 허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수시로 휴대폰이 울려댔다. 박 후보가 소개한 통화내용은 “주변에 물어보니 상품은 좋은데 당세가 약해 걱정”이라는 격려였다.
오후 2시 휘경동 민주당 시의원후보 사무실에 내리자 30여명이 ‘박주선’을 연호했다. 박 후보의 행동에 금세 박력이 실린다. 한 20대 여성은 “민주당은 왜 당 대표나 서울시장 후보나 얼굴이 퉁퉁한 시골 아저씨인가요”라고 묻는다. 훈훈한 인상의 박 후보이지만, ‘3번 구속 3번 무죄’를 겪은 역경의 정치인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5ㆍ31’의 의미를 “5월에 기호 3번이 1등하는 날”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굳이 당을 의식할 필요 없다. 실체 없는 오세훈도 그렇고, 노무현의 가면을 쓴 강금실도 안 된다. 이미지에 현혹되지 말라. 바람 따라 결정하는 선거는 지난 대선으로 족하다.”
오후 7시 재경 보성중 총동문회 모임으로 향하는 길에 넌지시 물었다. “정말 당선될 것으로 믿느냐.”그랬더니 “노무현 대통령이 교훈 하나는 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2002년 2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노무현 후보가 도와달라고 했다. 당시 그가 대통령 한다고 할 때 나는 물론 지나가던 소도 웃었다.
썰렁한 다른 지역에선 누구 하나 만나주지 않았지만, 우리 지구당에선 성대히 환영해줬다. 이긴다는 확신과 자신감 갖고 출발해서 결국 후보가 됐다. 우리도 TV토론에서 인물의 강점을 부각하면 된다. 어차피 표심은 투표 일주일이나 5일전에 결정된다.”
오후 9시.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TV토론 준비가 한창이다. 장전형 대변인이 오세훈 역할, 여성인 송지언 대변인이 강금실 후보 역을 맡아 모의 토론을 진행했다. 논리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박 후보에게 참모들은 “표정을 잘 지어라”, “웃어라”, “이미지에 신경 써라”며 주로 논리 외적인 기술적 측면의 요구를 했지만, 그는 이를 좀처럼 수긍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