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의 한명인 천카이거(陣凱歌)가 궁지에 몰렸다. 한국 배우 장동건이 출연한 그의 영화 ‘무극’이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치우바오싱(仇保興) 중국 건설부 부부장(차관)은 10일 영화 무극 제작진이 중국의 대표적 풍광지구인 윈난(雲南)성 샹그릴라에서 영화를 촬영하면서 사용했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그대로 방치, 환경을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무극 제작진들은 샹그릴라 지역에서 가장 풍광이 좋다는 비구톈츠(碧沽天地)에 길이 200m가 넘는 영화 촬영용 간이 철근 교량 등을 방치하고 말뚝을 박아 놓는 등 자연을 크게 훼손했다.
이후 중국 언론들은 “영화인들은 환경보호에서 예외적인 존재인가”라고 비난하면서 무극은 물론 다른 영화들의 환경훼손 사례들까지 들추고 나섰다.
12일에는 무극 제작진이 베이징(北京)의 위앤밍위앤(圓明園)에서도 나무를 부러뜨리고 숲을 망가뜨렸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제작진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후 언론들은 영화 촬영 단골 장소인 중국 각지의 절경에서 벌어졌던 영화 제작자들의 풍광 훼손사례를 보도하는 등 ‘녹색영화’(綠色映畵) 캠페인을 시작했다.
제작자인 천홍(陣紅)은 무극 제작진을 대표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성명을 내고 비난 여론이 가라앉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국내 영화사상 최고인 3억 4,000만 위안(420억원)을 들여 제작한 무극이 환경파괴의 공적으로 지목됨에 따라 천 감독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천 감독이 직접적으로 책임을 질 위치에 있지는 않다. 이번 ‘무극 사태’는 중국 당국이 가장 ‘만만한’ 영화인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았다는 반응도 낳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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