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기도 하지….” 예전엔 없이도 잘 살았는데 누리고 보니 없으면 못살 것 같은 마음을 변명할 때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이 책의 주인공 원숭이도 사람과 다르지 않아 그 간사한 마음 탓에 곤욕을 치른다. 어느날 오소리가 건네준 꽃신. 나무타기를 하는 원숭이에게 신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나름의 애로사항이 있었나 보다. 돌부리를 차도 아프지 않고 자갈밭에서 뛰어도 편하니 푹 빠져들 수밖에. 오소리는 신이 헤질만하면 나타나 새 꽃신을 쥐어주고 그렇게 한 해가 흐른다.
새 봄이 오고 다시 맨발의 원숭이로 돌아가려던 찰나, 굳은살이 다 없어져버린 발바닥은 아픔을 견디지 못한다. 오소리를 찾아가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된 원숭이. 잣 다섯 송이에서 시작한 꽃신 값은 엄청나게 불어나는데…. 오소리는 공급을 독점함으로써 원숭이를 꼼짝 못하게 만든 것이다. 그 눈빛으로 보아 처음부터 의도된 함정인 듯.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이 책은 작가의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다시 펴낸 것이다. 자신의 힘이 아니면 주인 된 삶을 살 수 없다는 교훈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웃의 친절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 원숭이는 과연 어리석은가? 왠지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이의 고통 위에 쌓은 오소리의 부를 약삭빠름이라 긍정하는 것도 불편하다.
게다가 원숭이가 어느 세월에 신 짓는 법을 배워 자유롭던 시절도 돌아가겠나. 그보다는 이 숲속에 공정거래를 정착시키는 게 빠를 것이다. 사자라도 나타나서 오소리의 반칙을 혼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어린이 경제교육, 꼭 숫자로만 하라는 법은 없다.
박선영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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