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서 열린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자신이 태어난 ‘제2의 고향’ 독일월드컵 무대까지 밟겠다던 차두리(26ㆍ프랑크푸르트)의 꿈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11일 발표된 23명의 독일월드컵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차두리의 탈락. 아드보카트 감독이 끝까지 고심했던 ‘마지막 1%’에 차두리는 없었다.
월드컵 무대인 독일 현지 사정에 가장 정통하고, 유럽 축구를 경험했다는 강점이 있었지만 소속팀 프랑크푸르트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원래 포지션인 공격수 자리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수비수로까지 보직을 변경했지만 힘겨운 주전 경쟁을 뚫지 못했기 때문.
지난 6일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에서 무려 196일만에 시즌 2호골을 터뜨린 것도 효과가 없었다.
대표팀의 윙포워드 자리에 박주영 이천수 정경호 설기현 등 풍부한 자원이 버티고 있는 점도 차두리에겐 악재였다. 2002년 폭발적인 스피드로 축구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차두리는 이번 월드컵때는 아버지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과 함께 MBC의 월드컵 중계 해설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순발력을 갖춰 대표팀 복귀가 점쳐졌던 김병지(36ㆍ서울)도 ‘비운의 골키퍼’란 수식어를 떼내지 못했다. 당초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인 이운재(수원)의 백업요원으로 대표팀 발탁이 유력시됐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예상을 깨고 김용대(27ㆍ성남)를 발탁했다.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때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이운재에 밀려 벤치 신세를 졌고, 4년 뒤인 독일월드컵에선 엔트리에서 까지 탈락하는 쓴 맛을 보게 된 것. 트레이드마크인 김병지의 공격지향적인 플레이 대신 김용대의 가능성이 선택됐다는 분석이다.
김병지 대신 ‘깜짝 발탁’된 김용대는 청소년 대표시절부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 189㎝, 83㎏의 신체조건은 골키퍼로서 갖춰야 할 이상적인 체격이고, 운동 신경 또한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았지만 정신력과 근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2002년 대표팀 탈락의 시련을 딛고, 최근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쳐 왔다. 몸무게를 4~5kg정도 감량해 민첩한 몸놀림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차두리 대신 ‘1% 확률’을 뚫은 송종국(27ㆍ수원)은 월드컵에서의 경험을 높이 평가 받았다. 오랫동안 발과 무릎 부상에 시달려 온 점이 걱정스럽지만 공격 가담 능력이 좋고, 수비 감각이 뛰어난 점 때문에 최종 낙점 됐다.
부상만 털어버린다면 지난 월드컵때 보여준 ‘좌영표-우종국’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을 전망. K리그에 복귀한 뒤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대표팀 복귀를 노려온 송종국은 “2주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예전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드러낸 바 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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