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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광역단체장 후보 동행 취재] <2>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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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광역단체장 후보 동행 취재] <2> 오세훈

입력
2006.05.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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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수색동의 은평 버스 공영차고지.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버스 기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오 후보가 “바쁜 시간엔 택시도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하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택시 때문에 X판이 된다”, “전용차로 하지 말자는 소리냐” 는 거친 답이 돌아왔다.

오 후보는 “숙부 중 한 분이 버스 운전을 하신 적이 있어 여러분의 애환을 잘 압니다”라며 순발력 있게 상황을 수습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버스 기사 김강호(65)씨는 “오 후보가 알고 보니 참 겸손하고 믿음직스러운데 아까 괜히 화를 낸 모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버스 시승과 매연 측정 등 오전 일정을 마치고 승용차에 오르자 마자 “당장 밥부터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는 “아침으로 아내가 끓여 준 잣죽을 먹었더니 배가 많이 고프다”며 운전 기사를 재촉했다. 오 후보와 수행 비서, 운전 기사, 기자 등 4명이 내린 곳은 마포의 한 기사식당. 오 후보는 “음식 맛도, 양도 기사식당이 최고”라며 4,900원짜리 불고기 백반을 시켰다. 그가 “선거법 상 밥을 사 줄 수 없다”고 해서 기자도 따로 4,900원을 냈다.

선거 캠프 사람들은 “오 후보가 겉보기와 달리 소탈한 면이 많다”고 했다. 한 측근은 “남자 성격은 구두를 보면 아는데, 오 후보는 구두를 닦는 일이 없고 특히 뒷굽이 늘 닳아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정강정책 연설 방송 녹화. 여의도 방송국으로 가는 길에 오 후보에게 이것 저것 물어 보았다. “시장으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오 후보는 “21세기는 군림형 리더십이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한 어머니형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엘리트 여성의 전형으로, 만만치 않은 강적”이라는 게 우리당 강금실 후보에 대한 오 후보의 평가였다. 그는 “당 안에 나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과 위기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앞으로 처신을 잘 하겠다”고도 했다.

오 후보는 한달 전 출마 선언을 한 뒤 몸무게가 6㎏이나 줄었다. 한 측근은 “최근 프로필 사진을 다시 찍었는데, 살이 쑥 빠져 얼굴이 말(馬) 같이 나와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오 후보는 “늘 하던 운동을 못하니 체력이 바닥”이라며 “머리만 대면 바로 잠 드는 체질이라 이동 중에 틈틈이 잠을 보충한다”고 말했다.

차 안엔 부인이 직접 갈아 보온병에 넣어 준 토마토 주스와 생수가 있었다. 비타민은 수행 비서관, 운전 기사와 꼭 나누어 먹는다.

연설 녹화를 위해 TV 카메라 앞에 앉자 오 후보의 얼굴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그는 방송에서 매우 노련해 보인다는 평가에 “사실은 많이 긴장하지만 여유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속으로 엄청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오후 6시 이후엔 11일에 방송하는 TV 토론회 준비에만 매달렸다. 그는 고시 공부 하듯 토론 준비 자료를 꼼꼼히 읽고 외우는 스타일이다.

오 후보는 10번 가까운 토론을 거치며 상당한 자신감을 충전한 듯 했다. 그는 “초기에 ‘준비 안 된 후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시민들이 나를 평가 할 시간을 주면 해결 될 문제이기에 걱정하지 않았다”며 “이미지다, 바람이다 같은 논란이 어느새 사라지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오 후보는 “서울에 혼(魂)을 불어 넣어 서울과 나라의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는 시장 후보는 나 뿐”이라고도 했다. 앞으로 대권 도전 계획을 물었다. “시장에 당선돼 임기가 끝나는 2010년에 국민이 먹고 살 밑천인 국가 경쟁력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도 아쉬울 게 없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 오세훈 후보는 수줍은 남자

오세훈 후보는 10일 오전 은평 공영차고지에서 수색까지 시내버스를 탔다. 대중교통에 관한 여론을 듣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 후보가 너무 수줍어 해 시민과의 대화는 여의치 않았다.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을 “이리 와 앉으시라”고 끌어 당기지도 못하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수행 보좌진이 한 아주머니를 설득해 나란히 앉게 했지만 어색하기만 했다. 오 후보도, 승객도 쑥스러워 얼굴이 벌개졌다.

같은 날 점심시간 마포의 한 기사식당. 오 후보는 식사 중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 보지 못하도록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는 “식사에 방해되는 게 죄송해서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오 후보를 알아 보고 쑤군댔지만, 그는 열심히 식사만 했다.

그는 이번에도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라며 꾸벅 허리를 굽히고는 그냥 식당을 나왔다. 누구에게든 덥석 악수부터 청하는 보통 정치인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 후보는 아직 시민들을 만나는 데 서툴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오 후보는 “어색한 상황에 점점 적응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한 보좌진은 “오 후보가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자칫 거만한 인상으로 비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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