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을 향해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측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현대그룹 경영권을 빼앗을 의사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현정은 회장은 11일 그룹 사내 통신망에 띄운 ‘사랑하는 임직원들에게’라는 글을 통해 ‘비열한 방법’ ‘검은 속내’ 등 감정적 언사를 동원해 정 의원을 맹렬히 비난했다. “시동생의 난은 가정의 달인 5월 가족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아픔”이라고도 했다.
현 회장은 우선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인수에 대해 “정몽헌 회장이 돌아가신 지 3년도 되지 않은 지금, 그분의 형제이며 아이들의 삼촌인 정몽준 의원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라고 못박았다.
백기사이고 단순 투자목적이라면 5,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한마디 상의도 없이 선뜻 주식을 매입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대그룹이 어려울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경영실적이 개선되니까 형의 기업을 비열한 방법으로 적대적 M&A하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아가 ‘정치인’ 정 의원의 아킬레스건도 건드렸다. 현 회장은 자신도 정 씨 집안 사람이고 아들 딸도 모두 정 씨라고 강조한 뒤 “정 의원은 정 씨 직계 자손에 의해서만 경영이 이뤄져야 된다고 하지만 이처럼 전근대적, 시대착오적인 사고로 어떻게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주식거래가 있던 날 갑자기 소집된 이사회에서 주식취득 결의가 이뤄진 점은 이사회가 오너 정 의원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일갈했다.
현 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처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굳건히 그룹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현대중공업측은 이에대해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미 공시를 통해 경영권 찬탈 의도가 없다는 것을 밝혔는데도 믿지를 않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라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도 최근 이와 관련, 질문을 받고 “내가 더 답답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정 의원은 또 “때가 되면 (진실을) 다 알게 될 것이다. 길게 보자”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감안할 때, 양측간에 감정의 골이 해소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이 패였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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