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성전환증을 겪고 있는 트랜스젠더는 정부의 비공식 통계로 대략 4,000여명이다. 트랜스젠더 단체들은 최대 10만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학전문가들이 성전환 수술 집계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최소 1,000명 이상이 성전환을 했다.
성전환증이 나타나는 시기는 2차 성징과 함께 개인의 성 정체성이 확립되는 사춘기 전후, 대략 13~18세로 보고 있지만 개인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딱히 언제가 ‘갈등의 시기’라고 정해져 있지 않다. 해외에서는 50~60대의 남녀가 뒤늦게 트랜스젠더임을 자각한 뒤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례도 종종 보고된다.
대개 트랜스젠더들의 청소년 시절은 고민과 방황으로 얼룩져 있다. 외적 성별과 내적 성 정체성 간의 괴리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종종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가부장적 부모의 억압, 학교 내 부적응, 형제ㆍ자매와의 갈등 등이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주변인들로부터 ‘계집애 같은 아이’ ‘선머슴 같은 아이’로 낙인 찍혀 따돌림 당하기 일쑤고 심하면 ‘변태 성욕자’로 오해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다른 트랜스젠더들과의 접촉은 이들의 삶에 극적인 전환점이 된다. 과거에는 동성애자 클럽이나 크로스드레서(cross-dresser) 클럽 등을 통해 트렌스젠더들의 은밀한 만남이 이뤄졌지만 최근엔 인터넷 동호회나 카페를 통해 공개적인 모임을 갖는 추세다. 3월에는 본격 트랜스젠더 옹호단체를 표방한 ‘프린세스 월드’가 생겨나기도 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ㆍ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난 트랜스젠더들은 ‘성전환 수술’이란 적극적 해결책을 찾게 된다. 일단 수술이 당면 목표가 되면 1,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비용 마련이 시급해진다. 상당수의 트랜스젠더들이 비용 마련을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부터 유흥업소 종업원에 이르는 다양한 직업을 갖는다.
요즘 성전환 수술의 본산은 태국 인도 싱가포르 등이다. 국내에서도 연간 100여건 이상이 시술된다. 최소 2~3단계로 나눠 받는 성전환수술이 끝나고 1년여의 회복 기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사회 적응이 시작된다.
이때 트랜스젠더들을 좌절시키는 것이 호적과 주민등록문제다. 2001년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이모(30)씨는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남성이기 때문에 일반 회사에 취직이 불가능했다”며 “결국 자영업이나 유흥업소 취업 외에는 생계를 이을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호적 때문에 결혼은 물론이고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것도 힘들어 가정을 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