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16강에 진출 한다면 2002년처럼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2006 독일월드컵 최종엔트리가 발표된 1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 다이아몬드 홀. 태극 전사들의 운명을 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예정보다 10분 일찍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 백명에 달하는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나타난 아드보카트 감독의 얼굴에는 상기된 긴장감이 묻어나왔다. 기자회견 단상에 앉자 박일기 통역이 가방에서 서류 한 장과 노트북 컴퓨터 한대를 펴놓으며 ‘최후의 심판’을 시작했다.
최종 명단발표를 앞둔 5분전 아드보카트 감독은 모두 발언에서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들로부터 강한 인상을 받았고,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선수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첫번째 선수로 주장인 “넘버 1 이운재(수원)”의 이름을 호명하며 23인의 태극전사 하나하나를 거명했다.
이운재 다음으로 김용대(성남)가 호명되고 김병지(서울)의 탈락이 확인되자 현장에서는 의외라는 가벼운 탄성이 흘러나왔고, 송종국(수원)의 이름이 불렸을 때도 잠시 술렁거리는 등 발표 5분 동안 긴장된 분위기가 계속 연출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뽑았나.
“일단 선수 개개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어제까지 고민을 했을 정도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코칭스태프와 장기간 고민을 한 끝에 가장 균형을 갖춘 팀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몇몇 선수들은 다른 포지션도 소화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전지훈련동안 한국 선수들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았고, 소속팀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최종결정을 했다.”
-예비엔트리를 발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축구에서는 모든 가능성이 상존한다. 모든 일에 대비해야 한다. 예비엔트리에 들어간 선수들은 언제든지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 1%였던 차두리가 마지막 경기에 선전하고도 탈락했는데.
“그 1%가 안정환(뒤스부르크)과 차두리(프랑크푸르트)냐를 언급한 적이 없다. 전체적인 부분에서 1%라는 의미다. 1%가 누구였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2002년 월드컵 멤버와 비교해 이번 월드컵 멤버의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먼저 단점이라고는 원정경기라는 점이었지만 전지훈련을 통해 원정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분히 얻었다. 장점은 지난 4년간 선수들이 독일과 잉글랜드, 터키 등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 큰 자산이다.”
-각 포지션별로 보완해야 할 점은.
“가장 먼저 몸 상태를 체크 해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와 대결할 상대가 기술이 뛰어난 팀이라 공격의 흐름이 끊겼을 경우 신속하게 수비로 전환하는 방법에 중점을 둘 것이다.”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다. 월드컵에서 목표는.
“기대치가 높은 걸 알고 있다. 대표팀은 좋은 팀이며 많은 경기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프랑스 같은 강팀과 한조에 속했지만 16강 진출은 충분하다. 16강 이후 스페인과 우크라이나와 만날 수 있지만 우리는 2002년처럼 해 낼 가능성이 있다.”
-국내파 선수들이 K리그 경기에 출전하느라 피로를 느끼고 있는데.
“2002년 한일월드컵의 경우 한국이나 미국 등 준비를 잘 한 팀이 체력의 우위를 앞세워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프랑스나 아르헨티나는 그렇지 못했다. 이를 참고해 나는 계획된 훈련을 줄여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할 예정이다. 월요일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2002년의 많은 지도자들이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 전력은 몇%라고 평가하나.
“몇%인가 보다 대표 선수들간의 수준차이는 거의 없다 것을 말하고 싶다. 자체적으로 경기를 했을 때도 1점차 승부가 많았을 정도로 평준화돼 있다. 일단 선수들의 상태를 보는 것이 급선무다. 일단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는 동등하게 부여할 것이며 선수들은 기회를 잡으면 100%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동료들이 호시탐탐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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