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 “혼혈인은 외국어 능통자가 아닙니까?”
기자 : “혼혈인가수 OOO씨가 영어를 잘 합니까?”
10일 경찰청 기자실에서 혼혈인을 경찰관으로 특별채용한다는 브리핑이 열렸다.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혼혈인만의 특채도 아니고 ‘혼혈인에게 유리한 특채’란 애매한 설명이 따랐기 때문이다.
혼혈인이 외국어를 잘한다는 가정부터가 편견이다. 몇몇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혼혈인은 결손 가정 출신이거나 버려진 사람들이다.
피부색만 다를 뿐 엄연한 한국인인 그들은 교육기회 박탈로 되려 외국어 구사능력이 없다. 조기유학과 사교육으로 무장한 다른 학생들에게 당할 재간이 없다.
경찰의 변명이 이어졌다. “코시안(동남아인과 한국인 사이의 아이)은 희귀언어를 쓰니까 동남아인 상대로 외사 업무를 담당할 수 있죠.”
역시 어불성설이다. 코시안의 역사는 길어야 10년이다. 코시안 경찰관은 10년 이상 기다려야 가능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올 하반기면 뽑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또 코시안 아이들은 학교에서 따돌림 당할 게 두려워 동남아어를 배우지 않는다. 이들의 고민은 오히려 부족한 한국어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경찰은 혼혈인에 대한 기초조사도 하지 않았다. 혼혈인의 경찰 지원 유무, 현재 혼혈인 경찰관 존재 유무 등엔 답을 하지 못했다. 정부가 내놓은 ‘혼혈인 차별해소 종합대책’에 슬쩍 숟가락 하나 얹으려다 밑천이 바닥난 셈이다.
혼혈인 차별해소라는 대원칙엔 공감한다. 그러나 혼혈인에 대한 차별의 역사가 긴 만큼 대책도 진중해야 한다. 제목만 그럴싸하고 알맹이 없는 대책은 혼혈인의 한숨만 키울 뿐이다. 실질적인 대책을 기대한다.
사회부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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