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의 거리를 핏빛으로 물들였던 광주민주화항쟁. 오랜 침묵과 은폐의 세월을 거쳐 진상 조사와 보상, 미흡하나마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광주항쟁 26주년을 맞아, 평범한 개인들이 온 몸으로 겪어야 했던 시대의 비극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2편이 나란히 방송된다.
KBS 1TV에서 14일 오후 8시에 방송하는 ‘KBS스페셜-오월의 두 초상’은 팩션(Faction) 드라마라는 독특한 형식을 빌려 5월 광주를 되돌아본다. 팩션이란 역사적 사실(Fact)에 허구의 이야기(Fiction)를 접목한 것으로, 정찬의 소설 ‘완전한 영혼’과 ‘슬픔의 노래’를 원작으로 삼았다.
‘완전한 영혼’은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해 청각장애자가 됐지만 누구에 대한 증오도 품지 않은 채 침묵 속에 살아가는 식자공의 이야기. 반면 ‘슬픔의 노래’는 계엄군 출신으로 5월 이후 한국을 떠나 폴란드에 정착한 또 다른 피해자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
프로그램은 두 소설을 엮어 드라마로 재연하며 제목처럼 5월 광주의 두 얼굴을 그려간다. 연극배우 박지일이 ‘완전한 영혼’의 장인하, ‘슬픔의 노래’ 박운형 두 주인공을 함께 연기하며, 각각 피해자와 가해자로 남겨졌으나 결국은 그들 모두 피해자였음을 이야기한다.
14일 오후 11시30분 방송하는 ‘MBC스페셜-내 친구 김동관’도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친구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동시대인 모두에게 남겨진 5월의 깊은 상처를 되새긴다.
5월 이후 노동운동을 계속하다 뒤늦게 법조인의 길에 들어선 ‘나’는 동창모임에서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옛 친구에 관한 소식을 접한다. 대학 시절 활달한 성격과 준수한 외모로 인기가 높았던 친구 김동관은 진압군으로 5월 광주를 겪은 뒤 정신질환에 걸려 지금까지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한사코 입을 닫고 악몽에 붙들려 살던 김동관은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어렵게 옛 상처를 꺼내놓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재활’에 나선다. 프로그램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말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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