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의 호적상 성별(性別) 변경을 대법원은 허용할까.
대법원은 18일 성 전환자 3명의 성별 변경 신청사건에 대해 찬반 전문가 2명을 초청해 비공개 심리를 연다.
2002년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윤모 씨와 영화배우 하리수 씨가 법원에서 성별 정정 허가를 받은 후 최근까지 수십 건의 신청이 이어졌지만 하급심에서 허용된 경우도 있었고 기각된 경우도 있었다. 아직까지 대법원 판례는 없다. 대법원 심리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대법원은 이번 심리를 통해 성전환자의 호적 변경에 대해 명확한 법률적 잣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심리에는 연세대 의대 이무상 교수와 국가발전기독연구원 박영률 원장이 참석해 각각 찬반 입장을 개진할 예정이다.
찬반 팽팽히 엇갈려
현행 민법이나 호적법에서는 성의 개념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성염색체를 성별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생물학적인 성의 개념이 과거부터 통용돼 왔다.
이는 ‘남성은 XY, 여성은 XX’ 라는 성염색체의 구분을 전제로 성은 출생과 동시에 결정돼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적 변경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주장에 적극 동의하고 있다.
예컨대 이들은 몸은 남자인데 마음이 여자라고 호적 변경을 허용한다면 성 정체성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영률 원장은 “소수 인권을 중시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허용한다면 절대 다수가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통념을 중시하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성의 결정은 성염색체 뿐 아니라 심리적인 성,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수행하는 주관적, 개인적인 성역할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평가도 중요시된다. 호적 변경을 찬성하는 측은 소수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후천적, 상대적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전환 수술에 성공했던 한 의사는 “성전환 수술을 ‘성전환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방법으로 인정하는 만큼 법의 영역에서도 성의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급심 판결
성별 변경 허용은 2001년까지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2002년 7월 처음 허용됐다. 2004년에는 10건, 지난해에는 15건이 허용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법원도 성별 구분을 생물학적 특성을 기준으로만 재단하다가 점차 정신적, 사회적 요소를 가미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추세다.
1995년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30대 남성이 호적 정정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성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염색체의 구성에 따라야 한다”며 “변성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호적상의 성별을 바꿀 수 없다”고 못박았다. 법원은 2001년에도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여성에게 “성전환을 허용하는 특별법이 없기 때문에 호적 변경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2년 7월 부산지방법원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윤모씨가 낸 성별 정정 및 개명 신청을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성 결정 논리도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됐다. 생물학적 측면 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의학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성전환증은 대단히 심각한 병적 현상이므로 국가는 법률상 적절한 처우를 해야 한다. 사회는 성적 소수자인 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성을 바꾸는 것이 선량한 풍속이나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사회 정서와도 괴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르지만 과거처럼 생물학적 기준만 고려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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