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정책금리를 4%로 동결키로 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을 전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대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수 회복세와 수출 증가세는 견고하지만 유가와 환율 등의 대내외 환경이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재경부 등 정책당국이 환율 등의 급등락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면서도 5% 성장률 전망치를 고집해온 반면, 통화당국은 경기둔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 총재는 3월 말 취임 때 선제적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유달리 강조했다. 그래서 시장은 적어도 5월엔 한 차례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우리 금융시장과 밀접한 나라들의 금리정책 전환 움직임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환율이 한 달새 920원대까지 급락, 환율 관리가 최대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통화당국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졌다. 중소 수출업체 대부분이 사경을 헤매고 대기업마저 수출채산성 악화에 허덕이는 판에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금리인상 카드를 내미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이 점에서 금통위의 고심어린 결정을 이해한다. 지난 달 주택담보대출이 3월의 3배 가까이 늘어날 만큼 부동산시장 거품이 온존한 터에, 경기회복과 유가급등에 다른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엊그제 연방금리를 5%로 재차 올린 것 등을 감안하면 금리를 올릴 시기라는 주장도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환율 예측에 기대어 환위험 회피노력을 게을리해온 기업들은 지금 그로기 상태다.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키우라고 채근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금통위는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지난해 말부터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번 결정의 부담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며 정부 인식이 안이하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소비심리가 후퇴하는등 또다시 살얼음판을 걷는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책임있는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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