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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넥타이 "무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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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넥타이 "무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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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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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저녁, 엄기영 MBC뉴스데스크 앵커의 ‘넥타이’가 화제였다. 어린이날을 기념해 각기 다른 피부색을 지닌 세계의 어린이들이 웃는 얼굴이 프린트된 넥타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 앵커의 ‘유쾌한 넥타이’는 그가 국제아동보호기금(UNICEF) 한국이사로 활동할 당시 ‘세계의 아이들을 돕자(Helping Children)’는 슬로건 아래 제작된 의미 있는 소품이었고 그 때부터 이 넥타이를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 뉴스 진행 때에 착용해 왔다고 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KBS일요진단 ‘한일관계, 어디로 가나?’ 대담프로에 출연, 독도수호 의지를 표명했는데 이날 반 장관이 착용한 ‘독도넥타이’는 대담의 서두를 장식했다.

반장관은 “얼마 전에 디자이너 한 분이 독도문제와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지니까 넥타이를 매고 독도 사랑, 독도 수호의 차원에서 착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는데 오늘이 그 특별한 기회일 것 같아 매고 나왔다.”고 말했다.

남성들에게 넥타이는 단조로운 양복차림의 포인트를 주는 소품이지만, 어느 때는 특별한 자기의지를 담는 ‘피켓(picket)’이 되기도 한다. 특히 중요한 결정이나 선거를 앞둔 사람들에게는 소망을 담은 부적처럼 힘을 발휘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태극의 정열, 도전, 희망을 담은 ‘건곤감리 넥타이’로 대통령 선거유세를 치루고 당선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도 이를 착용, 직장인들 사이에 이 넥타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지난달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옷차림도 눈길을 끌었다. 회담 첫 날에는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소망을 담아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셔츠에 노대통령의 ‘건곤감리넥타이’와 같은 디자인에 청색 넥타이를 맸고 다음날에는 비둘기와 새싹 무늬 넥타이를 착용, 평화와 상생의 의미를 되새겼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 장관이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에서 여러 가지 색상과 무늬가 있는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준비한 것이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15년간 애용해 온 넥타이는 국가의 안녕과 영광을 위해 충성한 화랑도를 모티브로 한 사선줄무늬 넥타이. 아무리 말려도 매일같이 이 넥타이를 고집하는 한 장관 때문에 그의 안주인은 똑같은 디자인의 넥타이를 10여개 씩 한꺼번에 사놨을 정도라고.

정치계뿐 아니라 경제계에도 ‘부적’넥타이는 이름나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애용하는 넥타이에는 불꽃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식스시그마 넥타이’로 기업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바꾸는 기업철학, 100만 번의 작업에 3~4회의 불량률에 도전하는 ‘식스시그마운동’이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문 제작한 넥타이다.

문덕영 아주그룹기업센터 사장은 핸들이나 자동차 부속품을 디자인한 넥타이를 자주 맨다. 자동차부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감각적인 디자인 덕에 기업의 이미지와 문사장의 이미지 향상에까지 큰 도움이 됐다고. 또 황영기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삼성증권 사장 시절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화살표가 그려진 넥타이를 애용하며 경기회생을 빌었다고 한다.

특별한 뜻을 담은 넥타이는 의전용이나 귀빈용 선물로도 인기 품목. 행자부는 광복절을 맞아 우리나라의 상징인 태극기와 무궁화를 주제로 한 넥타이 5종을 개발, 정부기관 등에서 경축식에 활용했고, 부산시도 APEC 개최 당시 동백섬과 APEC 로고가 새겨진 넥타이를 귀빈선물용으로 준비했었다.

이밖에 삼성물산은 버즈두바이 초고층빌딩 건설을 기념, 우뚝 솟아 있는 버즈두바이 빌딩을 수놓은 넥타이를 기념으로 특별히 제작하기도 했다.

넥타이의 기원이 크로아티아 기마병들이 목에 둘렀던 천에서 시작된 까닭에 넥타이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이를 자랑하는 상징물이다. 이미지컨설턴트 존T.몰로이가 지은 ‘성공하는 남자의 옷차림’를 보면 넥타이를 지위와 신뢰도, 개성, 능력을 표현해 주는 가장 중요한 소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제대로 옷을 갖춰 입은 남자들은 넥타이를 빼먹지 않으며 넥타이야말로 사회에서 한 남자의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소품이라고 말한다.

그처럼 넥타이는 단순한 패션소품이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고 인정받는 수단이다. 남성들은 넥타이를 맴으로써 단조로움 옷차림을 심미적으로 꾸미고 신체를 수직적으로 강조해 남성미를 더한다. 또 넥타이는 남성의 ‘심벌’과 비교되며 남성성과 힘을 상징하기도 한다.

5.31 선거를 앞두고 보라색 스카프로 대표되는 강금실 전 장관과 녹색넥타이로 대변되는 오세훈 의원의 ‘이미지 선거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20~30대 유권자들에게 정당이라는 사상보다 정치인의 개별적인 이미지는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사상보다 그 사람의 이미지에서 나온다”고 협상 전문가 허브 코헨은 말했다. 이미지전쟁의 시대, 넥타이 한 장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

■ 디자이너 이경순 "아드빅 넥타이엔 오행원리 담았죠"

“4년전 히딩크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아드보카트 감독도 승리를 기원하는 이 넥타이를 매고 멋진 세리모니를 연출하길 기대합니다.” 골이 터질 때마다 멋지게 넥타이를 휘날렸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감동의 장면‘어퍼컷 세러모니’! ‘히딩크 넥타이’는 바로 승리를 향한 소망과 성공을 담은 징표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온 국민의 희망을 담은 ‘히딩크 넥타이’를 디자인했던 이경순 누브티스 사장은 이번에도 ‘아드빅(아드보카드 감독의 애칭) 넥타이’로 대한민국 축구의 선전을 기원한다.

“흑, 황, 적색으로 구성된 독일 국기와 흑, 백, 청, 적색으로 구성된 태극기를 접목시킨 디자인입니다. 통일을 의미하는 독일국기가 주는 합일의 의미와 우리의 오방색이 조화를 이뤘죠.”

오방색은 동양사상의 오행에서 기인하는데 황(黃)은 우주의 중심, 청(靑)은 생성과 복을, 백(白)은 진실, 적(赤)은 창조ㆍ정열을 흑(黑)은 인간의 지혜를 관장한다. 선수들의 기운이 지혜를 바탕으로 창조와 열정을 더해 진실한 승리를 이뤄 세계의 중심이 되라는 의미를 담은 것.

또 이 넥타이는 독일 국기의 색과 태극기의 색이 사선으로 반복된 디자인으로 줄무늬 넥타이를 즐기는 아드보카트 감독 취향도 고려했다. 줄무늬 외에 삼각 매듭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과 꽃무늬 넥타이도 준비했고 색상도 12가지로 다양하게 내놓는다.

누브티스는 CEO 및 유명 인사를 위한 패션상품을 맞춤형 서비스로 주문 제작하고 특별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전문디자인회사다. 히딩크넥타이 외에도 노무현 대통령 대선넥타이, 반기문 장관의 독도넥타이, 김명곤 문화부장관의 징넥타이 등 화제를 모은 디자인이 모두 이경순 사장과 누브티스 디자이너들의 작품.

특히 한국인의 얼과 자긍심을 패션상품으로 디자인하는 특화된 디자인으로 이름 높다. 누브티스는 남북디자인교류진흥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경순 사장의 의지로 남북디자인교류를 통한 통일브랜드 ‘비더 원(Be The One)’의 디자인을 맡아 통일마케팅에도 앞장서고 있다.

박세은 패션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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