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됐던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출신 위구르인들을 놓고 대립하는 미ㆍ중 양국의 모습은 대 테러 전쟁의 비정함을 보여준다.
중국 외교부는 9일 4년여 동안 미군에 감금됐다가 5일 알바니아로 보내진 위구르인 5명의 신병은 중국으로 와야 한다면서 미국과 알바니아 정부를 비판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동투르케스탄’ 소속원인 이들은 난민이나 망명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알바니아는 이들의 망명신청을 즉각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투르케스탄 조직이 유엔 안보리의 테러조직 명단에 포함돼 제재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두 나라의 행위는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간 전쟁 당시 체포한 이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낼 경우 고문을 받거나 감옥에서 동료 죄수들에 의해 살해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미국의 조치도 곱게 봐주기는 힘들다. 재판 없이 이들을 비롯한 22명의 위구르인을 불법 억류했던 미국은 정보가치가 없어지자 이들의 석방을 검토하면서도 인도적인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이들이 미국에 살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인권단체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2년간 20여개국에 이들을 받아줄 것으로 요청해왔다. 하지만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꺼리는 각국들은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고,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후 친미노선을 걷는 알바니아만이 22명 중 5명을 받아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석방된 위구르인들이 인간적 대우를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이들이 삶을 다시 꾸리도록 노력하겠다”는 미국 국방부의 논평은 귀에 거슬린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들 위구르인들을 테러와의 전쟁에서 발생한 ‘표류화물’이라고 묘사했다.
중국 역시 큰 소리칠 명분은 별로 없다.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된 이들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에 적극 협조하는 등 이들의 인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신장의 초원에서 살다 탈레반의 전쟁에 참여한 뒤 4년간의 감금과 동구 알바니아 정착 등으로 이어진 이들의 기구한 삶은 누구로부터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22명 중 나머지 17명의 위구르인들은 아직 행로 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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