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유출된 한국 고서 5만여 권의 상세한 목록이 한 일본인 학자의 일생을 바친 작업 끝에 출간되기 시작했다.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ㆍ65) 일본 도야마(富山)국립대 교수는 최근 ‘일본 현존 조선본(책) 연구’중 첫 권인 ‘집부’(集部ㆍ문집, 교토대 출판부)를 발간했다.
모두 1,350쪽에 달하는 집부에는 3,000여종 1만권 이상의 우리 개인 문집 목록을 수록했다. 조선 전기의 학자 김종직(金宗直ㆍ1431~1492년)의 ‘이장길집’(李長吉集) 1권1책,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安平大君ㆍ1418~1453)의 ‘비해당선반산정화’(匪懈堂選半山精華) 6권2책, 조선 전기 문신 강희맹(姜希孟ㆍ1424~1483)의 ‘사숙제집’(私淑齎集) 17권4책,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金麟厚ㆍ1510~1560)의 ‘하서선생집’(河西先生集) 13권13책 등 한국에는 없는 일본 유일본과 최고본 등 귀중한 문집이 다수 발굴돼 포함됐다.
1967년 서울대에서 우리 말과 글을 공부한 후지모토 교수는 유학 당시 서울대 규장각에서 우리 고서를 접한 뒤, 1970년 귀국과 함께 일본에 있는 우리 고서의 목록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 궁내청 도서관과 동양문고, 국회도서관, 주요 대학 도서관은 물론 개인 서고나대만 고궁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까지 샅샅이 뒤져 우리 고서를 한 권 한 권 직접 확인한 뒤 목록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전체 일본 유출본의 95% 정도를 목록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후지모토 교수는 특히 동아시아 전통의 책 분류법에 따라 경(經ㆍ경전) 사(史ㆍ역사) 자(子ㆍ자전) 집(集ㆍ문집)으로 일본 내 한국 고서 목록을 작성했는데, 이번 집부 발행에 이어 내년부터 경ㆍ사ㆍ자부도 차례로 펴낼 예정이다.
안대회 명지대(국문학) 교수는 “우리의 고서가 어느 곳에 소장돼 있는지, 판본은 어떠한지, 종이질이나 활자, 간행연도 등 모든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가장 체계화하고 신빙성 있는 목록이어서 우리 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 많은 자료를 35년간 혼자 힘으로 찾아내고 정리해 낸 것은 격찬할만한 업적”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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