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33) 감독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단편들을 이어 붙여 만든 첫 장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단번에 ‘스타 감독’이 된 것도 독특하지만, 누아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피도 눈물도 없이’와 무협의 세계를 현대로 끌어안은 ‘아라한 장풍 대작전’, 사람 냄새 가득한 휴먼 스토리 ‘주먹이 운다’ 등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만들어낸 작품 이력도 유별나다.
“워낙 변덕이 심해서 다음에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류 감독 영화들의 공통점은 액션. 그러나 그는 “진정한 액션에 갈증을 느껴왔다”고 한다.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어린 시절부터 감독의 꿈을 품고 살아왔지만 그는 정작 정통 액션 영화에서 조금 비껴서 있었기 때문이다.
충무로의 대표적인 무술감독 정두홍과 짝을 이룬 ‘짝패’는 류 감독의 오랜 욕망을 풀어낸 영화다. 액션의, 액션을 위한, 액션에 의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짝패’의 이야기는 단순 명쾌하다. 고향에서 폭력조직을 거느렸던 죽마고우 왕재가 살해되자 서울에서 귀향한 형사 태우(정두홍)와 그의 친구 동생 석환(류승완)이 몸을 던지며 복수의 향연을 펼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상영시간도 90분을 넘기지 않으려고 기름기는 쪽 빼고 뼈대만 남겼다”지만 그는 액션영화가 갖는 ‘분노의 정서’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주인공의 분노가 성공적인 복수로 이어지느냐 아니면 실패로 끝나느냐에 따라 액션영화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관객의 가슴을 졸이고 영화에 몰입케 하는 것은 결국 액션 자체가 아니고, 분노의 정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섯 살 때 한국 무협영화의 거장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을 보며 액션 영화에 일찌감치 눈 떴고, 10대 시절 청룽(成龍)에 빠져 지냈던 그는 ‘짝패’의 제작, 연출, 각본에다 주연까지 도맡으며 한껏 욕심을 냈다. “너무나 하고 싶은 영화였고, 뭐든지 잘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리 마빈, 제임스 코번처럼 액션 배우는 웃거나 화난 표정 두 개 만으로도 연기가 가능하잖아요. 연기에 대해 큰 욕심을 갖지는 않았어요.”
그는 “연기에 대해 큰 불만은 없지만 액션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번화가를 배경으로 태수와 석환이 백 명은 됨직한 불량 학생들을 상대로 벌이는 대규모 액션 장면을 찍다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첫 액션 장면부터 부상을 당했으니 몸 움직임이 쉽지 않았죠. 인대가 끊어진 상태에서 영화는 계속 찍었고… 그래서 넘어지면서 발차기하는 장면이 유난히 많아요.”
“아직까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약발’ 덕분에 영화를 만든다”는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지나친 기대와 갈채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 한다. 특히 이제는 한 장르에 정착해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일부 관객의 바람에 거부감을 느낀다. “저는 이것 저것 하고 싶어하는 예술가의 원초적 욕망을 더 중요하게 여겨요. 요즘은 관객 숫자로 영화의 성공 여부를 규정하지만, 세월의 풍파를 견뎌내며 평가 받는 작품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라고 흥행 욕심이 없을까.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한편쯤 갖고 있으면 좋죠. 그러면 그 덕에 또 영화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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