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귀국 후 몸을 낮추며 지내온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 현안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1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3월말 전기ㆍ전자부문 사장단을 만난 데 이어 9일에는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 사장단과 만찬을 함께 하며 그룹의 현안과 경제전반의 흐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만찬에는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배석했으며, 이수창 삼성생명, 황태선 삼성화재,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금융 계열사 사장들에게 “금융 계열사의 특성상 사회와 함께 하는 따뜻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며 겸손한 자세도 잊지 않음으로써 감성적 부분에 어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2002년 신용카드 활황기 때 삼성카드가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하자, “금리 마진으로 이익을 내는 금융사가 1조원의 이익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에 부담을 줬다는 것”이라며 삼성 계열 금융사가 실적에 집착해 국민들에게 야박하게 비치는 모습을 경계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또 “1등에 자만해서는 안되며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 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겸손한 자세’를 주문하는 한편, ‘창조적 인재’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급락과 고유가 등 어려운 경제여건과 관련해서는, “대외환경의 급변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것”도 당부했다.
삼성관계자는 “올해 초 단행된 사장단 인사 때 이 회장이 국내에 없었기 때문에 첫 상견례인 셈”이라며 “상견례의 성격상 사장단과의 만남은 질책보다는 격려차원의 성격이 짙고, 주로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등 아직 만나지 못한 다른 계열사 사장단과는 이달 하순께 별도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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