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만 키우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어느덧 6명이 돼 버렸네요.”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조순희(54ㆍ여)씨 집. 세살배기 막내 쌍둥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온 조씨가 집안일을 하느라 분주하다. 2층으로 된 집이 꽤 넓어 보이지만 조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돌아오는 저녁이면 이 집도 비좁다”고 말했다.
조씨의 식구는 모두 10명.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 따로 지내는 큰딸 미연(가명ㆍ21)씨를 제외하고 9명이 이 집에 산다. 8명의 자녀 중 큰아들과 둘째 아들을 빼면 모두 입양(4명)하거나 위탁(2명)해 키우는 아이들이다.
조씨는 결혼 후 가진 첫 아이를 유산했다. 이후 아이들이 한없이 소중해보였다는 조씨는 두 아이를 낳고 난 뒤 “이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아이를 한 명 입양해 키우겠다”고 마음먹었다.
1992년 여름 첫 입양아인 넷째 소라(가명ㆍ14ㆍ여)를 데려오던 날. ‘가슴으로 낳는다’는 입양에 대한 첫 도전에 긴장해 있던 조씨 부부의 걱정은 강보에 싸인 채 집으로 온 아이를 보는 순간 “더할 수 없는 행복”으로 바뀌었다.
조씨 부부는 그 해 겨울 미연을 데려오고, 97년 쌍둥이 형제 민석(가명ㆍ9)과 재석(가명ㆍ9)이도 입양했다. 2004년엔 막내 쌍둥이 한영(가명ㆍ3)이와 진영(가명ㆍ3)이까지 이 집의 식구가 됐다. 막내 쌍둥이는 아직 정식 입양 전 위탁 보육이긴 하지만 곧 호적에 올릴 계획이다.
조씨 부부가 1개월에 쓰는 생활비는 600만~700만원 정도. 소라와 민석, 재석이의 학원비와 음악레슨비로만 3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감정평가사인 남편 김복중(55)씨의 수입이 적지 않은 편이지만 생활은 언제나 빠듯하다.
조씨는 스무 살이 넘은 자녀들에게는 용돈을 주지 않는다. 스스로 자립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부부도 나이가 있는데 언제까지 아이들 뒷바라지를 할 수는 없잖아요”. 조씨 부부는 입양보다는 친자식을 낳기 위해 많은 돈을 쓰는 젊은 부부들에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더할 수 없는 축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shy@k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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