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하름교회. 할아버지 할머니 20여명이 모여 유언장 쓰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강사로 나온 변호사가 유언장에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과 방식 등을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메모를 한다. 이들은 시립 노원 노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아름다운 생애 마감을 위한 어르신 죽음 준비학교’ 1기 교육생들이다.
지난 달 17일부터 5주간 일정으로 참여한 이들은 60세 이상으로 5주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들이 죽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차근차근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영정용 사진도 찍고 죽음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긴 인사를 초빙해 남은 삶을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가에 대한 특강을 들었다.
2박3일간 경기 가평에서 열린 ‘캠프’에서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동료들과 서로 우정을 다지고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재연하는 역할극을 해보았다. 이들은 과거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짝사랑을 연기하는가 하면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역할을 펼쳐 보이는 등 가슴에 묻어 두었던 과거를 표현했다. 캠프에서 자식들에게 보낼 ‘영상 편지’를 제작할 때에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석고로 뜨는 행사도 가졌다.
또 죽어서 묻히게 될 납골당을 방문하고 실제로 유언장을 쓰는 시간도 가져볼 예정이다. 죽음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긴 인사를 초빙해 남은 삶을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가에 대한 특강도 마련돼 있다. 마지막 졸업식날인 22일에는 자신들이 직접 쓴 자서전과 영정, 유언장, 영상 편지 등을 가족들에게 선물하면서 죽음 준비 과정은 모두 끝나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조현구(69) 할아버지는 “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 몰라 평소에 고민을 많이 했었지만 다행히 이번 기회를 통해 마무리 준비를 한 것 같아 안심”이라며 “무엇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내면서 살아있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이영란씨는 “죽음준비학교는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에게 남은 여생을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목적도 있다”며 “올 한해 동안 60세 이상 노인 80명에게 죽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기 프로그램은 6월 12일부터 시작된다. 문의 (02)948-2745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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