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4년차 기상캐스터 박시준씨는 지난달 아침 ‘뉴스광장’에서 대형 사고를 냈다. 방송이 평소보다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급하게 뛰어 생방송에 들어갔다가 가쁜 숨을 참지 못해 “아이고, 휴”를 연발한 것. 그러나 그는 이 실수 덕에 인터넷 인기 순위에 오르며 ‘헐떡시준’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MBC 기상캐스터 시절 ‘얼짱’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오락 프로그램 패널로도 활약했던 안혜경씨는 올 초 프리랜서로 독립, 연기자로 데뷔했다. 현재 MBC 주말극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청와대 영양사로 출연 중이다.
주5일제 등으로 야외활동이 늘어나 날씨 정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방송사 기상캐스터들의 인기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낮 방송 연장 덕에 기상 캐스터들의 TV 노출 빈도는 더 높아졌고, 그렇게 쌓인 친근한 이미지를 무기로 다른 분야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MBC 기상캐스터 시절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김혜은씨는 EBS ‘문화예술 36.5’ 진행자로 발탁돼 10일 첫 방송을 했다. SBS 기상캐스터 홍서연씨도 SBS 러브FM ‘행복한 주말, 홍서연과 함께’의 DJ로 활동 중이다.
아나운서에 이어 기상캐스터까지 ‘연예인’화 하는데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기상캐스터가 전하는 정보보다는 상큼한 표정과 예쁜 옷차림 등 겉모습에 더 눈길이 쏠리면서 자칫 날씨정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송사가 기상캐스터를 뽑을 때부터 전문성보다는 외모를 중시, 연예계 진출 등용문 역할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MBC는 올 1월 새내기 기상캐스터 4명의 방송 투입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수상 경력의 모델 뺨치는 몸짱” “외모만큼 상큼함과 발랄함이 묻어나는” 등 한결같이 외모를 강조했다.
MBC 관계자는 “과거에는 김동완 통보관처럼 한 사람이 정보 분석과 전달까지 도맡아 했지만 요즘은 분업화가 잘 돼 있어 기상캐스터가 정보의 질을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기 기상캐스터가 인터뷰에서 “원래 목표는 MC였다”며 기상캐스터를 ‘관문’ 취급 하는 말을 하는 현실은 씁쓸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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