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주부 안나오미(33)씨 집은 항상 북새통이다. 새별이(8ㆍ여) 새날이(7ㆍ여) 결이(6ㆍ남) 휼이(3ㆍ남) 등 2남2녀가 끊임없는 어리광과 장난으로 단 한시도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도 안씨는 행복하단다.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모두 내 배로 낳았어도 이렇게 예쁠까’ 싶을 만큼.”
네 아이 중 그가 낳은 아이는 셋째 결이 뿐이다. 나머지는 결이가 태어난 후 4년에 걸쳐 차례로 입양했다. 입양은 본래 남편 정선기(35ㆍ목사)씨의 생각이었다. 안씨는 “해외입양 실태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남편이 결혼 전부터 입양을 원했고 나도 적극 찬성했다”고 말했다.
계획은 했지만 쉬운 길은 아니었다. 2001년 10월 결이가 태어나자 시부모는 ‘입양 대신 아이를 더 낳자’고 권유했다. 친정 부모도 경제적 문제를 들어 입양을 만류했다. 안씨는 “하지만 형편 나아지기를 기다려 아이를 맞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입양은 언제든지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고 주장했다. 결국 부부는 새날이를 몰래 입양하는 초강수로 부모를 설득시켰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야 다 어렵겠지만 특히 새날이나 새별이처럼 나이가 들어 입양을 온 ‘연장아’(年長兒)의 경우 더욱 그렇다. 안씨는 “혼자 밥 먹고 화장실도 갈 줄 안다고 해서 쉽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그만큼 심리적인 면에 관심을 쏟아줘야 하므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실제 생후 27개월 이후에 입양된 아이들 상당수는 부모의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 온갖 미운 짓을 하는 ‘애착반응장애’를 보인다. 그는 “완벽주의 엄마가 되려고 하면 아이를 망친다”며 “장애아를 키운다는 심정으로 인내를 갖고 애정을 쏟아야 나중에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입양 가정이 고민하는 ‘입양 사실 공개’나 생부모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처가 낫다고 한다. 안씨는 “생부모와의 만남은 일종의 ‘이별식’”이라며 “아이 입장에선 묵은 감정이나 궁금증이 정리되면서 현재 가정에 대한 결속력이 더 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