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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생님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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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생님께 사랑을

입력
2006.05.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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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의 교육환경은 그야말로 열악하였다. 대도시의 초등학교들은 한 반에 70~80명씩의 인원이 배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교실 부족으로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2교대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좁은 교실에 꽉 찬 학생들의 모습이 콩나물 시루에 비유되어 ‘콩나물 교실’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 가난한 시절에도 사제의 정 훈훈

오늘날 컴퓨터와 TV가 갖추어진 교실에서 한 반에 30~40명이 수업하는 광경을 보면 세상이 이렇게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선진국과 비교하여 교사 1인당 학생수가 많다는 지적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우리 선생님들의 노고와 희생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선생님들에 대한 처우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수업시간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선생님의 꾸중에 정면으로 반항하는 학생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존재는 가정에서 부모님의 존재와 대등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선생님의 말씀을 거역하거나 선생님께 저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시절에는 스승의 날이 되면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를 선생님 가슴에 달아드리며 스승의 날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 눈시울이 빨개지는 선생님들과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제자들 사이에 따뜻한 정이 서로 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한 제자들을 향해 선생님들께서는 학창시절 어렵게 공부할 때 도움을 주시거나 격려해 주셨던 당신의 스승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그 분들에 비하면 자신들은 부끄럽다고 고백하곤 하셨다. 가난한 시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제간의 훈훈한 정과 스승에 대한 존경심만은 결코 궁핍하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어렵고 힘들게 공부하는 가난한 제자들에게 선생님들은 ‘지금은 힘들고 어려워도 꾹 참고 열심히 노력하면 이 다음에 밝고 희망찬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현재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모습은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급속한 경제성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역경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노력하여 그 꿈을 이루도록 제자들을 격려하고 가르치신 자랑스러운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한 선생님들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드리는 ‘스승의 날’이 언제부턴가 선생님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부담스러운 날로 변질되었다. 지난달 서울지역 초중고교장협의회는 학교별로 스승의 날을 자율휴업일로 하도록 결정하였다고 한다. 그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착잡하였다.

물론 선생님들의 많은 고심 끝에 나온 결정이겠지만 자라나는 이 땅의 청소년들이 이 다음에 돌아볼 스승의 날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그래서 이번 스승의 날에는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에게 선생님께 자신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쓰도록 할 계획이다.

● 스승의 날 자율휴업 듣고 착잡

또한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께도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철부지였던 저희들이 오늘날 사회의 요소요소에서 제구실을 하는 이 나라의 일꾼들로 성장할 수 있었고,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가난했던 이 나라가 오늘날 이만큼 잘 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또 교육의 양극화와 공교육의 붕괴를 이야기하는 현재에도 교직을 사명으로 생각하시고 묵묵히 헌신하시며 한국의 미래를 키우고 준비시키시는 많은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한국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자신합니다. 오늘 하루도 미래의 꿈나무들과 교실에서 또 운동장에서 종일 씨름하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선생님들께 뜨거운 격려와 사랑의 박수를 보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서경교ㆍ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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