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이 마이클 헤이든 공군대장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임명한 것을 놓고 의회와 언론에서 반대가 많다. 헤이든은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오래 지낸 전략정보 전문가로, 지난해부터는 모든 정보기관을 감독하는 국가정보국 부국장을 맡은 인물이어서 언뜻 적임자로 비친다.
그러나 집권 공화당에서도 반대의견이 적지 않아 의회 인준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대 이유는 여럿이지만, 핵심은 군이 아닌 민간 정보기관을 현역 장성에게 맡기는 것은 모든 국가조직의 문민통제(Civilian Control)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 공화당의 피트 훽스트러 하원 정보위원장은 CIA가 이라크 침공과정에서 국방관련 정보기관에 밀려 제 역할을 못한 것을 상기시키며, 군이 국가 정보기관을 장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헤이든이 군복을 벗으면 어떠냐는 일부 제안에도 “CIA 국장이 입은 옷이 문제가 아니라, 군이 아닌 민간인의 시각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도 헤이든이 이끈 NSA가 민간 통화와 이메일을 광범하게 도청한 사실을 들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존중, 정부의 요구에 단호히 맞서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런 원칙론 외에 통신감청 등으로 수집한 전자정보를 주로 다룬 헤이든이 첩보요원 활동이 중심인 CIA를 이끌기에 부적격이란 지적도 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네오콘의 위세에 눌려 위축된 CIA를 되살릴 것을 기대하기에는 전혀 엉뚱한 인선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네오콘 세력이 민간 정보활동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회와 언론의 반대도 이런 우려를 바탕에 깔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뻔히 논란을 예상하면서 굳이 현역 장성을 고른 것부터 국정 장악력 추락을 반전시키려는 속셈이라는 풀이도 같은 맥락이다.
■ 이 논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군과 정보기관 등 모든 국가조직의 문민통제가 건국이념과도 같은 원칙임을 새삼 일깨우는 주장들이다. 영국군 사령관이 총독행세를 한 식민 통치의 질곡을 깨고 새 나라를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은 국정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국민이 선출한 대표, 정부와 의회에 맡겼다.
전쟁과 평화의 선택 등 국민의 안녕과 자유에 관한 모든 결정을 정부와 의회가 할 뿐 아니라, 군이 고유한 국방임무를 벗어나거나 그렇게 강요할 수 없도록 군과 정부 사이에 높고 튼튼한 벽을 쌓았다. 그게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부러워한 문민통제 원칙과 전통의 기초라고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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