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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추리는 외면한 국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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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추리는 외면한 국방장관

입력
2006.05.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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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평택 미군기지 예정지를 찾은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장병들을 만나기 앞서 들판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잊었다. 5일 기지이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철조망을 뚫고 들어와 경계 병력과 충돌한 현장을 앞에 두고 장관의 눈가에는 물기가 어렸다.

작전 상황을 보고 받은 윤 장관은 지휘관들을 향해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한다는 자부심으로 임무를 수행해 달라”며 애써 마음을 다졌다. 하지만 장병들이 전기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물티슈로 얼굴을 닦고 목욕도 하지 못한다는 보고에는 또 다시 얼굴이 굳어졌다.

윤 장관은 이어 “비무장한 군인들이 시위대에 무차별로 폭행당하는 장면을 접하고 군은 물론 전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고 장병들의 아픔을 달래줬다. 주말에 큰 비가 예고돼 있다며 숙영시설의 방비를 든든히 하고 병사들의 건강을 특별히 챙기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철조망 너머 대추리로는 끝내 눈길을 주지 않았다. 당시 철조망 밖에서는 주민들이 “내 논에 들어가 농사를 짓고 싶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었다. 윤 장관은 주민들과 대화하러 온 것은 아니라며 총총이 헬기에 몸을 실었다.

윤 장관은 부하 장병들을 보듬어 안음으로써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우려와 시름을 한 순간이나마 씻어주었다. 하지만 철조망 너머 주민들에 대한 윤 장관의 철저한 외면은 대추리 비극의 다른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시위대에 휘둘리건 아니든 대추리의 노인들은 “4, 5년 남은 목숨, 정든 고향 땅에서 살다 죽겠다”고 외치고 있다. 윤 장관이 대추리 주민들의 비탄을 담아내려는 작은 성의를 보였더라면. 적과 동지를 가르는 이분법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감싸안으려는 노력이 평택 갈등을 푸는 지름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귀로길 내내 떠나지 않았다.

김정곤 사회부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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