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탈퇴 선언은 우리 학생운동사에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19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이적단체로 규정된 뒤에도 변함없이 친북·반미적 정치투쟁 노선을 고수해온 한총련은 서울대 총학의 분리에 따라 오랫동안 학생운동 대표조직으로서 누려온 위상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1999년 전북총련의 탈퇴와 2003년 한양대 총학에 이은 서울대 총학의 탈퇴는 현재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상당수 비운동권 계열의 다른 대학 학생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총련을 지지하는 대학 총학은 전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최근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한총련의 쇠퇴는 90년대 이후 탈이념적, 탈정치적 실용주의의 확산과 시민사회 성장 등의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더 이상 정치사회운동에서 대학생들의 선도적 역할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소한 데 우선 그 원인이 있다.
학생들의 관심과 사회참여욕구는 과거 정치적 민주화 요구 일변도에서 여러 갈래로 다양하게 갈라졌고, 이를 정당과 환경·평화·문화 등 각 분야의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 그런데도 한총련은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정치투쟁에 함몰된 일방성과 경직성으로 학생들의 외면을 자초해온 것이다.
한총련의 행태에 대한 찬반을 떠나 대학생들의 지나친 현실주의화와 정치사회적 비판의식의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서울대 총학의 한총련 결별 선언은 이보다는 또 다른 획일성에서 탈피, 다원성과 자율성을 기본정신으로 하는 정상적 대학문화의 회복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총련 등 학생정치조직은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운동방식, 비민주적 의사결정구조 등으로 다수의 관심과 괴리되면서 학생운동의 주인인 학우들을 객체로 전락시켰다”는 성명은 이를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서울대 총학의 이번 결정이 전체 대학문화를 보다 건강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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