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대근(62) 농협중앙회장을 전격 체포함에 따라 현대차의 양재동 사옥 매입 과정의 전말이 곧 밝혀질 전망이다.
양재동 사옥은 매각 당시부터 ‘뒷말’이 무성했다. 농협은 당초 본사 사옥으로 활용하기 위해 1999년 말 지상 21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을 완공했으나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 건물을 공개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왕자의 난’으로 계열 분리돼 본사 사옥을 물색하고 있던 현대차는 2000년 11월 농협이 처음에 제시한 최소 공매가격 3,000억원보다 700억원이 싼 2,300억원에 사옥을 사들였다. 당연히 헐값매각 의혹이 제기됐다. 매입 후 건물 가치가 상승하면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현대차는 특히 매매 대금의 50%만 일시불로 지불한 뒤 나머지 50%인 1,150억원은 5년 동안 10회 분할 상환하는 조건으로 사옥을 매입했다. 농협은 대신 현대차가 미납한 매각대금 50%에 대한 담보로 매각 대상 건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사옥을 700억원이나 싼 가격에 인수한 데다 매매 대금도 그 해에 절반만 지불했기 때문에 ‘괜찮은 거래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검찰은 정 씨가 사옥을 싸게 파는 대가이거나 상환 조건을 좋게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측은 “3,000억원에 공매가 시작됐지만 6차례나 유찰돼 가격이 떨어졌고 그 중 가장 나은 조건을 제시한 현대차에 팔았을 뿐”이라며 특혜설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매매에 따른 ‘감사 표시’로 매각 주체의 수장인 정 씨에게 단순히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정씨의 뇌물 수수 혐의가 현대차의 사옥 매입 및 인허가 비리 수사의 핵심은 아니라고 밝혔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정대근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현대차 임직원을 기소할 때 같이 할 예정”이라며 정씨 수사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검찰은 오히려 김재록씨가 현대차에서 받은 수십 억원의 사용처를 파악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