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의 홍보 명함이 없고, 식대와 활동비도 전혀 받지 못하는 자원봉사자’
여야 서울시장 후보 캠프가 이전 선거에서는 불 수 없었던 ‘3무(無) 선거’를 치르고 있다. 까다로워진 선거법 때문에 캠프 소속 운동원들이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식대와 활동비는커녕 후보자 명함도 없이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와 배우자, 후보가 지정하는 선거운동원 1명 등 3명만 후보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배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법정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는 18일 이전에는 유급 선거운동원을 5명 밖에 둘 수 없다. 이에 따라 약 100명에 달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선거 운동원들은 대부분 자비로 움직이면서 유권자들에게는 말로만 소속 후보의 지지를 당부하는 멋적은 상황에 매일 직면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캠프 사무실의 종이 컵을 전부 없앴다. 그가 내세운 ‘환경 시장’이란 선거 슬로건을 사무실에서부터 실천하자는 취지에서다. 또 9일 문을 연 을지로 캠프 건물의 외벽에도 흔히 볼 수 있는 홍보용 현수막을 전혀 걸지 않았다. 기초 의원 입후보자들만 해도 자신의 사진을 넣은 대형 포스터를 걸어 놓는 게 다반사인데 아직까지 오 후보 캠프의 건물 외벽은 비어있다.
참모들이 “건물 위치가 시청 광장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라 홍보효과가 크다”며 외벽 홍보를 주장했지만, 오 후보는 “건물 내 다른 사무실의 창문을 가리게 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법정 선거운동기간에만 부착하기로 타협을 봤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활동비, 식대, 홍보 명함에 이어 ‘5무 선거’가 되는 셈이다.
우리당 강금실 캠프에서도 사무실에 있던 라면박스를 치워버렸다. 선거법상 김밥은 간식으로 간주돼 방문객에 제공할 수 있지만, 식사대용으로 분류되는 라면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선거운동에 상당한 제한을 둔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에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후보자들의 선거전략에 따른 신 풍경이지만 이전의 ‘돈 선거’에 비하면 한결 진일보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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