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당내 누구도 스타 파워와 정치자금에 관한 한 힐러리 의원을 능가하지 못하지만, 당선 가능성에서는 회의론이 증폭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8일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대선 출마설이 나도는 민주당 분위기를 전하며 ‘고어 대안론’이 힐러리 의원의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힐러리 의원측의 움직임은 다급하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2년 뒤를 생각하면 여유가 없다. 보수중의 보수라는 호주의 미디어 재벌 루퍼드 머독 뉴스코프 회장과 손잡은 것이 단적인 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9일 머독 회장이 7월 열릴 힐러리 의원의 정치기금 모금행사를 주최키로 했다며 이는 빌 클린턴 부부가 머독 회장에게 집요하게 구애공세를 펼친 결과라고 전했다. 머독은 네오콘의 기관지라는 ‘위클리 스탠더드’의 창간 때 자금을 댄 것으로도 유명하다. 힐러리 의원이 대권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온건 중도’로 색깔을 바꾸고 있지만 너무 심하게 변절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6년 전 힐러리 의원이 뉴욕주 상원선거에 출마했을 때 머독은 자신 소유의 뉴욕포스트 1면에 힐러리의 사진과 함께 ‘출마하지 말라’는 헤드라인을 다는 등 힐러리 흠집내기에 바빴다. 힐러리 의원도 뉴욕포스트 인터뷰는 일절 거절하고 머독 회장을 ‘거대한 우익 음모 세력’라고 비난했다.
힐러리 의원이 지난달 머독 소유 TV 프로그램인 ‘폭스 뉴스 선데이’ 10주년 파티에 참석하면서 클린턴 부부와 머독 회장의 구원은 화해모드로 돌변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세계 빈곤퇴치 포럼인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머독을 초청하는 등 머독 회장과 친분을 다지며 외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힐러리 의원의 대권 도전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대권 주자로서 힐러리 의원은 승산이 낮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달 하버드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와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주)이 대선에서 맞붙을 경우 각각 40%씩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접전이 예고되고 있다.
힐러리 대선 무망론이 확산되면서 반사이익을 얻는 것은 고어 전 부통령이다. 본인은 한사코 부인하는데도 출마설은 끊이지 않는다. 클린턴 대통령_고어 부통령 시절 백악관 인사들이 고어 대안론의 후원자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클린턴 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경우보다 후보로 나섰을 때 고어 부통령이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힐러리 반대 세력은 힐러리 의원이 민주당이 두 차례 대선에서 패배한 책임을 져야 할 주류세력이고 미국 정치의 파워로 떠오른 인터넷 지지도가 약하다는 것을 한계로 지적한다. 2004년 대선 경선 당시 온라인 선거운동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하워드 딘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 마크 워너 전 버지니아 주지사, 러셀 페인골드 상원의원도 힐러리 대항마로 거론된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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