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8일 무죄 판결을 받은 제이콥 주마(63ㆍ사진) 전 남아공 부통령에 대해 외신들은 ‘상처뿐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서민층과 노동자를 대변하며 2009년 물러나는 타보 음베키 대통령 후임으로 유력하게 꼽히던 그는 지난해 부패 스캔들과 성폭행 혐의로 부통령 직에서 쫓겨나는 등 나락으로 떨어졌다.
법원은 이날 지난해 11월 주마 전 부통령의 집에서 성폭행 당했다는 고소인(31)의 주장에 대해 “합의에 의한 성행위로 보이며, 성폭행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법적으로는 무죄를 인정 받았지만 정치 지도자로서는 치명상을 입었다.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한 친구의 딸과 성 관계를 맺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민의 실망감은 매우 컸다. 게다가 상대 여성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것을 알고 성관계 후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해 샤워를 했다”는 상식 밖 발언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주마는 에이즈 감염자가 500만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남아공의 국가에이즈위원회(NAC) 위원장과 도덕성회복운동본부 총재직을 맡기도 했다.
그가 옛 명성을 되찾을 지는 미지수다. 당장 7월 예정된 부패 혐의 재판을 넘어야 한다. 주마는 지난해 자신의 재정 자문관인 샤비르 셰이크를 통해 수 억달러를 받는 대신 프랑스 항공방위산업체 탈레스 자회사에 정부 조사를 무마해 준 혐의 등 2건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셰이크는 부패와 사기죄로 1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서도 그의 복권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ANC 부총재직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내년 총재 경선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주마의 최대 지지세력인 남아공노총(COSATU)과 공산당(SACP) 일부 세력은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지지를 철회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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