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웅 국방부장관이 평택 미군기지 예정지를 침범하는 시위대는 군 형법으로 다스리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시위대가 철조망을 뜯고 들어와 비무장 경계병력에 돌을 던지고 죽봉을 휘둘러 병사 여러 명이 다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경고로 이해한다.
그러나 경찰은 무얼 하길래 시위대와 군이 맞부딪치는가 하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또 상황이 웬만큼 심각하더라도 대뜸 민간인을 군사재판에 넘긴다고 으르는 것은 군을 지지, 동정하던 국민에게도 거부감을 줄 것이 우려된다.
군 형법 적용의 타당성을 논하기에 앞서, 평택 미군기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전면에 군이 부각된 상황 자체가 바람직한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가 미군기지 문제를 전담하다시피 한 것은 기지 재배치 협상과 이전사업을 주관하기에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과 시위에 대처하는 것은 국방부와 군의 고유한 책임과 권한 밖이다. 미군기지 반대시위도 기본적으로 정부가 대화와 경찰력으로 대응할 치안문제이기에 군은 뒤로 물러서는 것이 원칙이고 군과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여론이 폭력시위를 지탄하는 것은 안보와 함께 법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이 법치 확립과 공권력의 존엄성을 외치는 것은 어색하다. 충정을 헤아리더라도 군이 국법질서를 논하는 것은 불행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도 군이 사회 일부의 일탈을 직접 제재하는 것은 큰 틀의 민ㆍ군 관계를 해칠 것이 우려된다.
이렇게 보면, 정부가 평택 기지를 둘러싼 갈등에 대처하는 데 군을 앞세운 것부터 옳지 않다. 시위진압 경찰보다 비무장 군병력이 폭력 시위에 맞서는 양상이 여론에 유리하게 비칠 것을 생각했는지 모르나, 시위진압에 익숙치 않은 군이 과격한 군중을 상대하다가 우발적으로 불상사가 생길 것을 염려해야 한다.
이런 사리를 제대로 헤아린다면,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나 적용할 군 형법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지각 없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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