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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찌질이'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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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찌질이' 댄스

입력
2006.05.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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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월드컵대표팀과 앙골라팀의 평가전이 있었다(3월 1일). 수많은 네티즌들이 연출한 '응원 댄스'는 신선한 흥겨움을 주었다. 한 달 전(1월 31일) 영화배우 김수로가 TV프로에서 선보였던 '꼭짓점 댄스'였다.

리더와 좌우꼭지가 삼각형을 이루고 여럿이 함께 피라미드 대형을 만든다. 1970년대 유행했던 과감하고 역동적인 허슬(hustle)이 기본이지만 춤사위가 동일한 점이 특징이다. 리더의 몸짓을 따르기만 하면 그만인 편안한 집단의식 속에 허슬의 경쾌함을 즐길 수 있어 전국민이 빠져 있다.

■ 영화배우 문근영이 CF에서 선뵈고 있는 '국민체조'가 있다. 어린 시절 학교운동장에서 하던 이른바 '맨손체조'의 변형이다. 댄스와 달리 '헛 둘, 헛 둘'하는 구령이 있어야 하지만, 준비운동에서 숨쉬기운동까지 형(型)이 정해져 있어 꼭짓점 리더는 필요가 없다.

문근영CF가 시리즈로 그 형태를 소개하며 각자 스스로 익히도록 하는 것이 이유다. 일단 외우기만(배우기만) 하면 '달밤이든 대낮이든, 운동장이든 안방이든, 혼자든 모여서든' 즐겁게 할 수 있다. 정부의 공식 국민체조가 있지만 이 체조가 '신형 국민체조'로 인기를 끌 듯하다.

■ 지방선거가 시작되자 정치인들이 이미지를 업(up)시킨다며 꼭짓점 댄스를 추고 국민체조를 배우느라 바쁘다. 와중에 '찌질이' 논쟁이 불거졌다. 한 야당의원이 8일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원들이 어색하고 어설픈 몸짓으로 젊은이들을 따라 하고 있다. 이들을 '찌질이'라고 불러야 할까"라고 공개 힐난했다.

여당 대변인은 "동료 의원을 비하하고 있다. 꼭짓점 댄스를 추는 이 땅의 민초들이 모두 찌질이로 보이느냐"고 즉각 받아쳤다. 찌질이는 '지질지질한 이', 곧 '지질이'의 속어다. 보잘것없고 변변치 못하며 더럽고 지저분한 사람이란 의미다.

■ 지난달 모 대학 인간행동연구소 연구원이 국회에서 '10대들의 정치의식'이란 특강을 했다. "정치인들이 선거를 위해 10대 흉내를 내는 것을 보고 '애 쓰시네요'하며 비웃는 경향이 있다"며 "어설프게 영합해 인기를 얻으려고 애쓰는 정치인들을 자신들의 언어로 '찌질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이미지를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나이와 지위에 맞을 때 공감한다는 충고였다. 월드컵을 위한, 건전한 팀워크와 건강한 인생을 위한 꼭짓점 댄스는 어설플수록(?) 의미가 있겠다. '지질지질한 분'들의 댄스는 보기에도 흥겹지 않다.

정병진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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