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의 나폴레옹’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유럽정벌을 향한 출발선에 섰다. 무대는 30일 앞으로 다가온 2006 독일월드컵. 주연배우 23명의 옥석을 가리는 마지막 장고에 들어간 아드보카트 감독은 “세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9월29일. 그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만해도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독일월드컵 본선 티켓은 따냈지만 대표팀의 자신감은 땅에 떨어졌고, 남은 것이라고는 2002년 4강 신화의 기억 뿐이었다. 급기야 16강도 쉽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독일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단 8개월. 역대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월드컵 대표팀을 조련해 신화를 일구는 ‘미션 임파서블’이 그에게 주어졌다. 취임 일성에서 자신이 말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2년간 274일간의 합숙훈련을 통해 신화를 창조한 거스 히딩크와 비교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신과 쏙 빼닮은 나폴레옹의 격언처럼 그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받아 든 그는 거침없는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취임 첫 날 “정신력이 해이해진 선수는 집에 가라”고 일갈하고, 훈련 첫날 “차를 몰고 오지 마라”는 한 마디로 선수단을 휘어잡은 그는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카리스마로 대표팀을 ‘4강 전사’로 담금질해갔다. 지난 7개월 동안 32명의 태극전사를 ‘최후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기량을 테스트했고, 13번의 공식평가전에서 8승2무3패의 성적을 거뒀다.
태극 전사들에게 아드보카트 감독은 투지를 부르는 힘이었다. 그가 가는 곳이면 태극 전사들의 골이 터졌고, ‘매직’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던 송종국도, 분데스리가 진출 후 골 맛을 보지 못했던 안정환도, 1%의 가능성을 두고 서바이벌 경쟁을 벌이던 차두리도 그가 보는 앞에서는 거짓말처럼 골을 터트렸다. 이천수의 예술 같은 프리킥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누구도 아드보카트의 매직을 의심하지 않는다.
목표는 확실하다. 취임 당시 월드컵 예상성적에 대해 “2002년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던 그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8일 자신이 몸담았던 글래스고 레인저스와의 경기를 관전한 후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감독은 세계최고가 되기 위해 단 일분도 쉴 틈이 없다.” 월드컵을 불과 한 달 여를 남기고 던진 한마디는 그의 목표가 어디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바야흐로 아드보카트의 매직이 시작됐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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