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나눠 줄 ‘마음의 양식’을 짓는 중이죠.”
서울 대원외고 3학년 안형수(18)군은 매일 PC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저 눈으로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눈이 한 줄 한 줄 책 내용을 따라가는 동안 손가락이 쉴새없이 움직여 PC 모니터 위에 똑 같은 내용을 옮겨 놓는다.
안군은 지난 1년6개월간 책 내용을 PC에 입력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된 시간은 총 700시간. 하루 평균 77분을 투자했다. 학교에서 권장하는 의무봉사시간(20시간)의 35배, 또래 친구들의 10~20배가 넘는다.
이렇게 컴퓨터 파일로 바뀐 한 권의 책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으로 출력된다. 지금까지 총 25권의 교양서적이 안군의 손 끝을 통해 250여권의 점자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안군은 2004년 10월 장애인학교 교사인 어머니 친구의 소개로 책 타이핑을 시작했다. 그는 “집에서 PC를 이용해 할 수 있고, 더불어 책도 많이 읽을 수 있겠다 싶어 선뜻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생활과 과외수업에 지친 몸으로 매일 1시간씩 타이핑을 한다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지난해 12월에는 손가락과 어깨에 만성 근육통이 와서 석 달간 쉬기도 했다.
안군은 “눈이 침침하고 손가락이 저릴 때는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마음의 양식’을 짓는다는 사명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부천점자도서관측은 “700시간 봉사는 학생 신분으로는 대기록”이라며 “앞으로 제2, 제3의 안군이 나와 25만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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