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 선임 문제가 지난 8일 일단락됐다.
그 동안 내정설이 나돌았던 하일성 전 KBS 해설위원이 향후 3년간 한국 프로야구의 실무를 총괄할 사무총장에 올랐다. 이번 사무총장 선임 과정에서는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는 줄서기, 지연과 학연에 의한 로비, 자기 사람 심기 등 구태가 횡행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상당 부분 책임은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신상우 KBO 총재의 부적절한 처신에 있다. 신 총재는 지난달 5일 기자 간담회에서 “하일성씨와는 커피 한잔 마셔본 적이 없다”며 “시간을 충분히 갖고 여론을 수렴, 가장 적임자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신 총재가 보인 행보는 실망스러웠다. 신 총재는 지난달 말 구단 사장, 구단주 대행과의 모임에서 “하일성씨가 사무총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 뒤 불과 보름도 안돼 사장들에게 일방적으로 총장 선임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신총재가 정치권 인사를 사무총장으로 앉히기 위해 여론을 떠봤다가 구단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얘기도 나왔다.
불투명한 선임과정에서 프로야구의 전체 살림을 책임져야 할 사무총장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기회는 생략됐다. 이 부분은 하 신임 총장에게도 재임 기간 중 내내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신 총재가 은근 슬쩍 자신의 측근을 특보에 임명한 것도 문제가 있다. 이날 이사회는 경남 출신의 박정환 전 청와대 비서관을 총재 특보로 선임했다. 그러나 과연 정치권 출신 인사가 야구 발전을 위해 특보로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총재 특보는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재일동포 선수 출신인 장훈씨가 맡아온 자리다. 더욱이 박씨는 특보에 오르기도 전인 지난달 이상국 전임 사무총장에게 직접 사퇴를 권고해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또 야구규약 8장 27조는 ‘총재는 필요에 따라 약간 명의 고문 및 특별보좌역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신 총재 취임 이후 고문단 규모는 17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중에는 국회의원이 무려 6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쯤 되면 7선 위원에 국회부의장 출신의 신총재가 고문단 위촉을 세 과시에 활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박용오 전 총재 시절 고문단은 10명이었고 이중 국회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갈수록 정치판을 닮아가는 야구계를 보면서 정치인 출신인 신 총재의 ‘태생적 한계’를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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