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두산 박명환(29)은 가장 운이 따르지 않는 투수 가운데 하나였다. 4월 한 달 동안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던져 3자책 이하로 막는 것)를 기록한 것이 2차례. 5이닝 무실점(4월23일 한화전)의 눈부신 피칭까지 곁들였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8개 구단 가운데 득점력(24경기 66득점)이 가장 떨어지는 두산의 ‘토종 에이스’가 감수해야 할 숙명이기도 했다. 이런 불운에 맞선 박명환의 무기는 수많은 탈삼진을 곁들인 무실점의 ‘완벽투’였다. 박명환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7이닝 2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피칭으로 불운을 끊어냈다.
야구팬들에겐 참으로 오랜만의 ‘삼진쇼’였다. 박명환은 21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개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98년 8월3일 대구 삼성전, 2004년 5월23일 잠실 롯데전에서 기록했던 12탈삼진을 뛰어넘는 자신의 1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
올시즌 1경기 최다 탈삼진이자 지난해 4월8일 대구 현대전에서 삼성 배영수가 14개의 삼진을 기록한 이후 최다 기록이다.
시속 150km까지 찍힌 직구와 칼날처럼 예리하게 떨어진 슬라이더에 롯데 타자들이 맥을 추지 못했다. 2004년 162개의 탈삼진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던 ‘닥터 K’의 면모가 살아난 피칭. 박명환으로선 올시즌 2패 뒤의 첫 승이자 지난해 8월5일 대전 한화전의 선발 승 이후 278일만에 맛본 감격적인 승리였다.
박명환은 “딸하고 아내가 부산경기까지 응원을 왔다. 가족 앞에서 좋은 피칭으로 늦은 첫 승을 따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명환은 롯데전 7연승 및 사직구장 6연승 행진. 두산은 박명환의 피칭을 앞세워 롯데에 1-0의 승리를 거두고 최근 4연패에서 탈출했다.
잠실에선 LG가 삼성을 8-2로 꺾고 3연승을 기록했다. 삼성은 올시즌 첫 3연패.
인천에서는 KIA가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SK를 8-5로 꺾었다. KIA 두 번째 투수 정원은 4-4로 맞선 5회 1사 1ㆍ2루에 등판, 3과 3분의 1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로 시즌 3승(무패)째를 챙겼다.
한화는 청주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현대를 4-3으로 꺾고 지난달 13일 이후 26일만에 단독선두로 나섰다. 한화 구대성은 9회에 등판, 1이닝 동안 탈삼진 2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10세이브째를 달성, 일본과 미국에서 활동한 5시즌을 제외하고 프로 첫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잠실=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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