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미국 이민을 계획중인 대기업 임원 유모(50)씨는 올해 초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80만달러(약 7억9,000만원)를 주고 2층짜리 고급 주택을 구입했다. 최근 5년새 인근 집값이 2배 가까이로 뛸 정도로 강세가 계속됐고 작년부터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미리 사두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유씨에겐 최근 적잖은 고민거리가 생겼다. 집을 산 뒤로 집값 상승세가 멈춘 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 집값에 대한 거품론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민ㆍ유학 등 실수요를 위한 주거용 해외부동산 구입이 주류였던 구입 패턴도 최근에는 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한 투자형태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그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 집중된 해외 부동산 매입도 최근에는 중국과 태국 등 아시아지역은 물론 남미 등 제3 신흥국가 등으로도 확산 추세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경우 부동산 거품 우려에 따른 투자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해외 부동산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늘어나는 해외 부동산 거래
재정경제부 집계에 따르면 올 1∼3월까지 개인이 주거용으로 해외에서 매입한 부동산은 모두 99건, 3,334만 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중 미국과 캐나다가 각각 44건, 26건으로 많았고 중국이 1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일본과 태국 등이 각 3건씩이었고 기타 국가도 5건이나 됐다.
올들어 정부가 거주 목적의 경우 해외 주택 구입액 한도를 없앤 데다 거래 내역을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 규정도 삭제해 그 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해외 부동산 거래가 양성화된 것이 거래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강세도 해외 부동산 구매 부담을 덜어줬다. 아울러 부동산 부자에 대한 정부의 세금 강화 정책도 해외 부동산 매입을 촉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실제 거주용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도록 외환규제를 푸는 시기도 당초 예정됐던 2008년에서 내년으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해외 부동산 구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만만찮은 투자 리스크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국내 규제가 완화됐지만 해외 부동산이 장밋빛 전망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 앞서 우선 최근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 등 국내 투자자들의 가장 많이 진출하는 국가들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인 뒤 최근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현지 투자여건과 나라마다 다른 부동산 정책과 관련법규 등도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외국인의 부동산거래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절차가 복잡한 나라들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조사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보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베트남이나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은 정부의 정책 의도에 따라 부동산 투자환경이 쉽게 변할 수도 있다. 특히 현지인들의 부동산 수요가 많지 않아 장기간 돈이 묶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설령 부동산값이 상승해 높은 수익을 냈다 하더라도 현지 외환거래법이 까다롭기 때문에 국내로 다시 돈을 회수해 오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도 기획부동산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미 상당수 국내 기획부동산들이 해외에서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동남아 일대에 소유권이 불명확한 토지 등을 매입한 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식으로 국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해외부동산 컨설팅업체 루티즈코리아의 이승익 대표는 “해외 부동산 거래에서 사기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구제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시세차익과 수익률 등을 제시하는 업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며 “투자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투자자 스스로 해당국가에 대한 사전 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공신력 있는 업체를 통해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